최지만(29·탬파베이)은 27일 토론토와의 경기에 1번·1루수로 나섰다. 첫 타석에서 토론토 우완 선발 토마스 해치를 상대했다. 좌타석에 들어선 최지만은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고, 3회 1사 최지만의 타석이 되자 토론토는 좌완 앤서니 케이를 구원 등판시켰다. 일종의 오프너 전략이고, 좌타자 최지만에 대한 표적 등판이었다.
여기서 최지만은 모두를 놀래키는 선택을 했다. 첫타석 포함 메이저리그 861타석 동안 단 한 번도 서보지 않은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첫 번째 도전은 삼진으로 끝났다. 최지만은 “수비시간이 짧았고, 제대로 몸이 달궈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6회초 팀이 4실점한 뒤 최지만은 6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여전히 마운드에는 좌완 케이가 있었고, 이번에도 최지만은 우타석에 들어섰다.
최지만이 사고를 쳤다. 최지만은 초구 바깥쪽 속구(90.3마일·약 145㎞)를 강하게 때려 트로피카나 필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으로 만들었다. 오른쪽 타석에서 쳤지만 타구 속도가 무려 109.1마일(약 176㎞)로 측정됐고, 홈런 비거리도 429피트(131m)로 계산됐다. 109.1마일짜리 타구는 올시즌 탬파베이 타자가 때린 타구 중 가장 강한 타구였다.
최지만의 스위치 타자 깜짝 변신은 탬파베이 캐빈 캐쉬 감독도 놀랄 정도였다. 캐쉬 감독은 “스위치 타자 변신 여부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적으로 최지만의 선택”이라며 “5년 동안 안 해 본 일을, 그것도 메이저리그 투수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 스위치 타자를 고려하며 오른손 타석에 54번 들어선 적이 있지만 2015년 이후로는 좌타자로만 뛰었다. 마이너리그 시절 우타석 타율은 0.296이었다.
최지만은 지난 서머 캠프 연습경기 때 우타자로 나와 안타를 때렸다. 당시 최지만은 “투수 훈련을 돕고,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라며 의미를 감췄지만 결정적 순간 우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캐쉬 감독 역시 시즌을 앞두고 최지만의 스위치 타자 활용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만도 “상대팀 감독에게 비밀작전을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다”며 “느낌이 좋아서, 우타석에 들어서기로 했다. 괜찮지 않나?”라고 웃었다.
최지만은 여전히 스위치 타자 전향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다음에도 좌투수 때 오른쪽 타석에 들어서겠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최지만의 우타석 홈런은 팀 전체에 확실한 에너지를 전했다. 기발한 도전과 성공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최지만은 탬파베이 이적 뒤 화려한 세리머니 등을 펼치며 팀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우타석 홈런 역시 팀 전체를 놀래켰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탬파베이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는 “진짜 믿어지지 않는 대단한 일”이라며 “그걸 해내는게 바로 최지만”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는 최지만의 홈런을 발판 삼아 4점차를 뒤집었고 결국 연장 승부치기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ESPN의 제프 파산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야구판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선수가 바로 최지만”이라고 말했다.
최지만의 스위치 타자 가능성은 동산고 선배 류현진과의 맞대결 성사도 기대하게 한다. 지난 25일 개막전 때 좌완 류현진이 나서자 캐쉬 감독은 최지만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제 류현진을 상대로 우타석에 들어선 최지만을 보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