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택진이 형의 '집행검'은 양의지

526 0 0 2020-11-25 10:32: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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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배중현] 

KBO판 집행검 양의지를 선택한 김택진 NC 구단주의 결단은 틀리지 않았다. IS포토


1998년 9월 출시된 '리니지'는 엔씨소프트가 자랑하는 메가 히트작이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여러 명의 유저가 동시에 접속해 함께 사냥하고 싸우며 능력을 키우는 게임이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22년째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리니지를 상징하는 게임 속 무기는 '진명황의 집행검(집행검)'이다. 성능은 최상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극악이다. 아이템을 현금 거래할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013년에는 집행검을 강화하려다 실패한 사용자가 아이템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알려진 아이템 현금 거래가가 3000만원이었다. 모두가 원하지만, 극히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NC 다이노스 구단주)는 2018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최고가 아이템' 양의지(33)를 구매했다. 당시 양의지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포수로 국가대표 안방마님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FA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 포지션의 특성상 "부르는 게 값"이었다.

원소속팀 두산은 공식적으로만 7차례 협상 테이블을 꾸렸다. 최종 보장 금액 110억원에, 옵션 10억원을 더해 최대 120억원을 베팅했다. 모기업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걸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아이템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김택진 구단주는 보장 금액 125억원으로 양의지의 마음을 샀다. 역대 포수 최고액이자 롯데 이대호(150억원)에 이은 역대 FA 계약 2위에 해당하는 통 큰 지출. 집행검처럼 모두가 원하는 특수 아이템을 장착했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KBO한국시리즈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6차전는 NC가 승리,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선수들이 경기 후 검을 뽑아 드는 우승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24/


아이템의 효과는 대단했다. 2018년 꼴찌였던 팀 성적이 양의지 합류 첫 시즌인 지난해 5위로 반등했다. NC 팬들은 "이 맛에 '현질(현금 베팅)' 한다"며 환호했다. NC는 올 시즌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단기전인 한국시리즈(KS)에서도 양의지의 활약은 돋보인다. 5차전까지 타율 0.389(18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이동욱 감독이 믿고 내는 4번 타자로 찬스마다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3번 나성범과 두산 마운드를 공략했다. 시리즈 분수령인 5차전 1-0으로 앞선 6회에는 결정적인 투런 홈런까지 터트렸다. 단칼에 상대를 베는 집행검처럼 견고하던 크리스 플렉센을 한 방에 무너트렸다.

양의지의 가치는 수비에서 더 빛난다. 1차전에서 타격방해로 실책을 범했지만, 이후엔 큰 흔들림이 없다. 불펜 에이스로 거듭난 김진성이 주 무기 포크볼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배경엔 양의지의 블로킹이 있다. 영건 김영규는 양의지 미트만 보고 공을 던진다.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프로 2년 차 송명기는 "(양)의지 선배의 리드를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진가가 발휘된 건 2차전과 5차전이다. 두 경기 선발 투수로 나선 구창모는 투구 레퍼토리가 달랐다. 2차전에선 주 무기인 포크볼 구사 비율(9%·정규시즌 21%)을 확 낮췄다. 대신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타자를 상대했다. 변칙이었다. 그런데 5차전에선 포크볼 비율을 19%로 올렸다.

양의지는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압승을 거뒀다. 구창모는 5차전 7이닝 무실점 쾌투로 데뷔 첫 KS 승리를 따냈다. 5차전 후 그는 "이번엔 (양)의지 선배께서 포크볼을 섞는 공배합으로 리드해주셨다. 그게 잘 들어가다 보니 더 많이 활용하게 됐다"고 공을 돌렸다.
 

김택진 NC구단주가 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17/


김택진 구단주는 KS 1차전부터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았다. 주말에 열린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어울려 응원하고, 셀카도 찍는 '택진이 형'에 NC 팬들도 열광했다. 야구장에서 김택진 구단주는 본사 직원들과 종이로 만든 집행검과 종이 클래퍼(짝짝이)를 들고 합동 응원을 했다. 김택진 구단주는 누구보다 더 흐뭇한 모습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집행검은 '양손 검'이다. 검의 특성상 방패를 착용할 수 없다. 검의 위력이 강해 공격 옵션으로 탁월하지만, 방패가 없으니 수비 능력이 떨어진다. 어쩌면 2년 전 김택진 구단주가 장착한 '양의지 아이템'은 집행검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공격과 수비에서 물 샐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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