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선호 기자] "나가면 득점할 수 있다", "장타력 뺏을 수 있다".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연습경기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시프트를 깨는 두 개의 타구가 나왔다. 모두 KIA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밀어친 2루타에 이어 3루 기습번트로 시프트를 무력화했다.
1회말 1사1루에서 터커가 타석에 들어서자 한화 내야수들은 모두 1루와 2루 쪽으로 몰렸다. 3루 자리는 텅 비어있는 시프트였다. 수베로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이같은 시프트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터커는 문동욱의 투구를 노려쳐 3루수 자리 옆으로 날아가는 직선타구를 날렸다. 공은 펜스까지 굴러갔고 그대로 선제점을 뽑아냈다.
4회초 선두타자로 터커가 등장했다. 수베로 감독은 1회와 똑같은 시프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터커가 시원한 타격이 아닌 번트를 댔다. 타구를 데굴데굴 3루수 자리쪽으로 갔다. 가볍게 살아나는 번트안타였다. 무사 1루 출루에 성공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를 두고 맷 윌리엄스 감독과 수베로 감독의 견해 차이가 드러났다.
윌리엄스 감독은 터커의 이같은 타격을 환영했다. "가능한 상황이다. 터커가 편안하게 느껴서 할 수 있다면 괜찮다. 터커가 나가면 다음 타순 타자들에 의해 득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첫 번째 라이너성 안타는 땅볼이 아니지만 정확하게 노리고 쳤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우리 팀에게는 좋은 점이 될 것이다"고 적극 지지했다.
반면 수베로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홈런타자인 터커가 번트를 대면 장타를 단타와 바꿀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기본적으로 터커는 장타력에 강점이 있다. KIA의 중심타자이자 장타를 담당한다. 나오는 타석마다 번트로 단타만 친다면 우리 팀에게는 '땡큐'이다. 터커의 장타력을 단타와 충분히 맞바꿀 있는 것이 시프트의 장점이다. 물론 경기 후반 타이트한 상황이면 달라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장타에 관계없이 출루를 높이는데 방점을 두었다. 대신 수베로 감독은 장타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효과를 강조했다.
결국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 셈이다.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은 수베로 감독이 앞으로도 시프트를 적극 적용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