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 참 좁다. 30년 전 미국 마이너리그 팀에서 함께 데뷔한 동료 선수를 한국에서 적으로 만났다.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과 라이언 롱(48) 롯데 타격코치는 지난 27일 대전에서 열린 시범경기를 앞두고 모처럼 얼굴을 마주했다. 서로 반가워하며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운 두 사람의 인연은 무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캔자스시티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에는 수베로 감독과 롱 코치가 있었다. 나란히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은 입단 동기로 포지션도 같은 내야수. 당시 수베로 감독은 유격수였고, 롱 코치는 3루수로 가까운 포지션에서 함께 뛰며 땀 흘렸다.
수베로 감독은 “1991년 프로에 입단했을 때 롱 코치와 처음을 같이 시작한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가 30년 후 한국에서 만날 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누가 물어봤다면 0% 확률이라고 말했을 것이다”며 신기해했다.
두 사람 모두 선수로는 큰 빛을 보지 못했고, 20대 후반부터 일찍 지도자를 시작해 마이너리그 감독을 거친 공통점이 있다.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수비 및 주루 코치까지 경험했고, 롱 코치는 지난해 롯데 타격코치로 KBO리그에 먼저 왔다. 올해 수베로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해 한국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캔자스시티로 엮인 인연은 또 있다. 호세 로사도(47) 한화 투수코치, 래리 서튼(51) 롯데 퓨처스 감독도 캔자스시티 출신이다. 수베로 감독은 “그 시절 로사도 코치와 서튼 감독도 캔자스시티에 있었다. 전 캔자스시티 선수가 지금 4명이나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캔자스시티에 마지막으로 몸담은 1994년에 로사도 코치가 팀에 입단했다. 1996년 빅리그 데뷔 후 2000년까지 5년간 두 번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스타 선수였다.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선수 커리어가 25세에 일찍 끝났지만,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거쳐 올해 수베로 감독을 따라 한화에 왔다.
1992년 캔자스시티에 지명된 서튼 감독은 1997년 빅리그 데뷔 후 2004년까지 7시즌을 뛰었다. 2005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한국에 왔고, 그해 외국인 좌타 최초 홈런왕에 등극했다. 2007년 KIA를 끝으로 한국을 떠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캔자스시티 마이너리그 코치를 지내다 지난해 롯데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