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대헌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황대헌(23, 강원도청)의 '금빛 질주'에 외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00m 준결선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한 이후 첫 경기에서 우승한 점을 주목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 터무니없는 중국의 '홈 텃세'로 난망하던 금맥이 결국은 효자 종목에서 발굴됐다.
황대헌은 지난 7일 1000m에서 홈 이점에 기반한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쓴잔을 마셨다. "전략을 새로 구상하고 있다"며 절치부심한 그는 전날 1500m에서 한을 풀었다.
예선과 준결선, 결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경쟁자가 "내 몸에 손도 못 대도록" 압도적인 스피드로 눌렀다. 이견이 없는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AP 통신은 "1500m 결선에서 황대헌의 추격자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앞서 2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쇼트트랙은 이번에도 한국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선수도 결선에 진출시키지 못해 바람은 일찌감치 무산됐다. (대회 2관왕) 런쯔웨이는 준결선에서 이미 실격해 버렸다"고 적었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대회 3번째 쇼트트랙 금메달을 노렸던 중국은 결선을 앞두고 (전원) 탈락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런쯔웨이가 준결선에서 '암 블록' 판정을 받고 페널티 처리된 게 컸다"고 분석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남자 1500m 메달색이 가려진 뒤 집중 조명을 받은 부문은 크게 2가지였다. 황대헌의 금메달 획득과 중국 전원 결선 탈락, 두 '사실'에 초점이 맞춰졌다.
뉴욕 타임스 등 여러 외신 기자들이 황대헌에게 금메달 소감과 그간의 판정 논란, 10명이서 치른 결선 소감 등을 질문했다.
황대헌은 "1000m도 사실 정말 깔끔하게 탔다고 생각했다. 오늘(9일)은 더 깔끔하게 타자는 전략이었다"며 "아무도 내게 손을 못 댈 정도로 빨리 타는 게 작전이었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 냈다.
황대헌 눈은 이제 다관왕으로 향한다. 1차 목표인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이뤘다. 11일 500m 예선에 나서 2관왕 시동을 건다.
미세한 허리 통증과 편파 판정이라는 심리적 요동 속에서도 황대헌은 '올림픽 대관식'을 훌륭히 치렀다. 실의에 젖지 않고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는 돌부처 멘털과 부단한 연습량이 만든 작품이었다.
황대헌 덕분에 한국 쇼트트랙은 어려운 환경에서 극복할 힘을 얻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할 기틀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