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지난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맺은 4년 8000만 달러는 에이스 대우를 받았던 계약이었다. 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은 ‘풀개런티’ 계약이었다. 30대 중후반으로 향하던 나이, 건강에 대한 우려 등으로 “비싼 계약”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총액으로는 8000만 달러, 연 평균 2000만 달러 연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토론토가 류현진에 걸었던 기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계약 당시 구단 역사상 3번째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류현진이 4년 계약을 맺은 첫 번째 시즌, 2000만 달러의 연봉을 모두 보장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162경기에서 60경기로 정규시즌이 단축되면서 연봉도 비례해서 줄어들게 된 것. 전체 일정의 37%밖에 치르지 못했고 연봉 역시 37% 수준인 740만 달러밖에 수령하지 못했다. 천재지변 수준의 전염병으로 1260만 달러의 금액이 증발했다. 지난해는 162경기 전 경기가 열리며 2000만 달러를 모두 보장 받았다.
하지만 또 다시 시즌이 단축될 위기다. 지난해 12월 만료된 노사협약을 갱신하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직장폐쇄를 선택했다. 이후 약 두 달여의 기간 동안 5차례 가량 만났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치세, 최저연봉, 포스트시즌 확대 등 주로 ‘돈’과 관련된 문제가 노사협약 협상의 쟁점인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는 스프링캠프 연기는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USA 투데이’는 ‘USA투데이’는 “다음 주 말까지 기적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스프링트레이닝 경기 취소를 발표할 것”이라며 “시즌 개막을 보장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2월28일이고 그렇게 되면 3월 31일까지 촉박하게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썼듯이 현재 노사협약 타결은 매우 희박하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정상 개막을 자신했지만 ‘공염불’이 되는 모양새다. 결국 올해도 단축시즌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단축이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고 시즌 최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심심치않게 언급되고 있다.
만약 단축이 현실화되면 류현진은 2년 만에 다시 2000만 달러의 연봉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고도 이 금액을 모두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수입을 벌어들일 시간이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