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 = 장하준 기자] 무관 행진에 손절을 선택한 것일까.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9일(한국시간)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이 우크라이나와 유로 2024 예선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언급한 발언을 전했다. 케인은 해당 인터뷰에서 "토트넘 홋스퍼 시절, 이기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몇 경기를 못 이겨도 재앙은 아니었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뮌헨에서는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과 비교하며 뮌헨을 간접적으로 치켜세우는 발언이었다. 무려 13년 동안 이어져 오던 무관 행진에 대한 분노로 볼 수도 있다.
케인은 명실상부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다. 선수 시절 내내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만 3번을 차지했다. 또한 앨런 시어러에 이어 213골로 역대 리그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부진했다. 시즌이 끝난 뒤, 리그 8위를 차지하며 유럽 클럽대항전 티켓조차 획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케인은 홀로 리그 30골을 넣으며 고군분투했다.
이처럼 케인은 늘 제 역할을 했지만, 토트넘은 우승컵을 따내지 못했다. 케인이 토트넘 1군에 데뷔했던 2010년 이후 공식 우승컵이 단 한 번도 없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올랐지만, 리버풀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2020-21시즌에는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또다시 우승에 실패했다.
덕분에 케인은 늘 '무관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계속되는 무관 행진에 환멸을 느낀 뒤, 올여름 적극적으로 이적을 추진했다. 토트넘의 재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토트넘과 계약은 내년 여름에 만료될 예정이었기에, 여기서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토트넘은 케인의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자연스레 케인의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케인은 뮌헨을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리 생제르맹(PSG) 등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다니엘 레비 회장은 잉글랜드 클럽에 판매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덕분에 맨유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어서 PSG는 케인이 직접 거절했다.
이제 뮌헨과의 협상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절차는 순조롭지 않았다. 토트넘은 케인의 몸값으로 1억 파운드(약 1,666억 원) 정도를 고집했지만, 뮌헨은 그만한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레비 회장은 바이백 조항을 계약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얀 크리스티안 드리스덴 CEO와 마르코 네페 디렉터는 케인 영입을 위해 런던으로 날아갔지만, 레비 회장이 돌연 휴가를 떠나버리며 케인의 잔류가 유력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뮌헨이 여러 옵션을 포함해 1억 2,000만 파운드(약 1,999억 원)를 지불하며 케인 영입에 성공했다.
이적을 완료한 케인은 곧바로 독일 슈퍼컵에 교체 출전했다. 하지만 이제 막 첫 경기였기에 별다른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뮌헨은 라이프치히에 0-3으로 완패하며 좌절했다. 이어서 케인은 현재까지 분데스리가 3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뮌헨은 12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뮌헨은 토트넘에 비해 분명 우승컵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클럽이다. 현재 분데스리가만 11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며, 마지막 UCL 우승은 2019-20시즌으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토트넘에 비해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토트넘 팬들은 케인과 작별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은 토트넘 팬들이 등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무관 행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분노한 토트넘 팬들은 그동안 케인이 우승을 못 한 것은 케인의 침묵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케인은 총 4번의 공식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2018-19시즌 UCL 결승 당시에는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무리한 출전을 감행했다. 결국 케인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토트넘이 리버풀에 0-2로 패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020-21시즌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도 침묵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케인과 잉글랜드는 2021년에 열린 유로 2020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케인은 침묵했고,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혈투 끝에 이탈리아에 패했다. 독일 슈퍼컵에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토트넘 팬들은 케인을 '새가슴'이라며 조롱했다.
한편 토트넘은 이번 시즌 케인을 빠르게 잊어가고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은 토트넘에 강력한 공격 축구 스타일을 입혔다. 덕분에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 등 다양한 공격 자원들이 케인의 공백을 돌아가며 메우고 있다. 여기에 이적시장 막판, 브레넌 존슨을 영입하며 공격력을 더욱 강화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리그 3승 1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으며, 2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