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또 남자로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팀이다.”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56)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21일 만난 김 감독은 “감독 자리는 모든 야구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가장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는 롯데는 야구 감독이라면 꼭 한번 맡아보고 싶은 팀”이라고 했다.
‘롯태형(롯데+김태형)’ 소문은 올해 정규시즌 중반부터 구단 안팎에서 꾸준히 돌았다. 정규리그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의 숙원을 풀어줄 ‘우승 청부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올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두산 사령탑을 맡는 동안 7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이 중 세 번 우승한 ‘명장(名將)’이다.
● 우승의 키는 수비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 중 가장 오래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1992년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이다. 2017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다. 올해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를 향한 관심이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정상으로 가는 첫걸음은 ‘수비’라고 했다. 그는 “올해 팀 실책(103개·팀 최소 실책 공동 3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수비 실수 이후 팀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수비가 강해야 팀이 단단해지고 짜임새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민재 수석 코치와 김민호 수비 코치, 고영민 주루 코치 등을 데려왔다. 모두 수비 전문가다. 김 수석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이다. 김민호 코치와 고 코치는 선수 시절 각각 유격수와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루수 안치홍이 한화로 팀을 옮기면서 내야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김 감독은 “박승욱, 노진혁, 이학주, 한동희 등이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한다”며 “2년 차 신예 정대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주찬도 내야 수비에 힘을 보탤 자원들”이라고 했다.
● ‘봄데’는 이제 그만
김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봤던 롯데에 대해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고 올라오는 힘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초반 잠깐 선두에 올랐던 롯데는 초여름부터 순위가 떨어졌고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해마다 초반에 반짝하다가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 감독은 “위기 때는 결국 리더가 팀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며 “선수들이 리더를 따라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리더로 전준우(37)를 지목했다. 4년간 총액 47억 원에 개인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며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게 된 전준우는 내년 시즌 주장을 맡아 후배 선수들을 이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 나균안 등이 있는 투수진은 계산이 선다. 나승엽, 김민석, 윤동희 같은 젊은 야수들이 잘 성장해 준다면 멋진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년 시즌 1차 목표인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롯데는 이날 김용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68)을 퓨처스(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구단이 김 감독과 의견을 나눈 뒤 내린 결정이다. 김 감독은 “예전에 내가 SK(현 SSG)에서 코치를 할 당시 김용희 선배님이 SK 2군 감독이었는데 야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육성이 필요한 2군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 시절 ‘방장’으로 모셨던 김광수 일구회장(64)을 벤치 코치로 영입했다. 그는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 연륜 있는 선배님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