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허훈(오른쪽)이 지난 29일 KCC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몸싸움 하며 드리블 하고 있다. KBL 제공
허훈(29·수원 KT)은 지난 29일 부산 KCC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40분을 뛰었다. 1초도 쉬지 않고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코트 위를 뛰어다녔다.
지난 1차전에서는 22분59초를 뛰었다. 12득점 4어시스트로 패리스 배스(29득점)와 같이 팀을 끌었지만 국가대표 라인업을 앞세운 슈퍼팀 KCC의 3쿼터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정규리그 3위로서, 홈에서 먼저 시작한 챔피언결정전의 첫 경기를 73-90으로 크게 진 뒤 허훈은 분한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2차전에서는 선발 출전했다. 배스와 허훈이 전력의 중심인 KT는 1차전에서 허훈을 1쿼터 중반에 투입했고 둘 다 29분 정도씩만 뛰게 했다. 체력 안배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허훈이 배스와 동시에 처음부터 출격했다.
배스가 무득점에 그쳤던 전반전에 허훈이 18점을 넣어 리드했고, 2쿼터에 7분 여를 쉬고 다시 나온 배스가 3쿼터에 23점으로 폭발하면서 KT는 승부를 뒤집었다. 1차전에서 체력 안배를 위해 배스와 허훈 모두 29분 여만 뛰었지만, 2차전에서는 배스가 32분39초, 허훈은 40분 풀타임을 완전히 채워 뛰었다.
KT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창원 LG를 5차전 승부 끝에 누르고 챔프전에 올랐다. KCC가 21일 4차전에서 승부를 끝낸 반면 KT는 24일까지 5차전을 치르고 27일 챔프전을 시작했다. 1승1패를 나눠가지면서 7전4선승제 챔프전은 최소한 5차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체력은 가장 큰 변수가 된다.
송영진 KT 감독은 남은 경기 전부 총력전을 예고했다. 2차전 승리 뒤 “1차전에서 너무 길게 보고 나중을 생각한 게 아닌가 자책도 많이 했다. 이제는 매경기가 끝이라 생각하고 하려 한다. 선수들도 의지가 강하다. 본인이 힘들다고 사인 보낼 때까지는 뛰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어쩌면 허훈의 2차전 40분 출전은 시리즈 풀타임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허훈은 “1차전 지고나서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보여준 것도 없고, 경기를 그냥 안 하고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마음을 추스렸고 2차전이 정말 중요하니까 죽기살기로 뛰자 생각했다. 오늘 한 번 이겼다고 너무 좋아할 것도 아니다. 우승할 때까지 한 경기 한 경기 절실하게 뛸 거다”라고 말했다.
허훈의 정규리그 평균 출전 시간은 25분28초였다. 올시즌 39분36초(3월14일 DB전)를 뛴 적은 있으나 40분을 뛴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챔프전은 길면 5경기가 더 남았다.
허훈은 “KCC보다는 우리가 체력적으로 더 힘들 수 있지만 결국 정신력 싸움이다. 40분, 다음에도 뛸 수 있다. 이긴다고 하면 180분이라도 뛸 수 있다”고 투지를 드러냈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하는 허훈이 ‘이제 좀 쉬겠다’고 벤치에 사인을 보내는 순간이 바로 KT가 웃는 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