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는 31년 동안 패권 못 쥐어
- 2000년 이후 서울팀 11회 우승
- KCC, 이전 첫해 ‘복덩이’ 부상
프로농구 부산KCC가 27년 만이자 21세기 들어서는 처음으로 부산에 프로 스포츠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면서 부산시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프로농구 부산KCC 허웅이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kt아레나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농구골대 그물커팅 세리머니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KCC는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꺾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에서 부산 연고팀 중 KCC 이전에 우승한 팀은 1997년 프로축구 대우, 프로농구 기아뿐이다.
부산은 KCC의 이번 우승으로 27년 만이자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우승이라는 해묵은 갈증을 해소하게 됐다. 그 사이 수도권과 부산의 프로스포츠 우승 횟수는 지역 경제만큼이나 크게 벌어졌다. 2000년 이후 서울 연고의 프로 구단은 무려 11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7대 특·광역시 중 최다 기록이다. 이어 인천이 10회, 울산 9회, 대구와 대전이 각 8회, 광주가 2회 우승했다.
반면 부산은 잠잠했다. 지역에 가장 오래 뿌리를 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1982년)의 우승을 부산시민이 지금까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롯데는 1984년, 1992년 두 차례 우승을 마지막으로 30년 넘게 패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 가을야구도 6시즌 연속 진출하지 못했고, ‘우승 청부사’라 불리는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현재도 11승 1무 22패로 리그 최하위다.
사실 ‘구도(球都)’로 불릴 정도로 부산은 원래 구기 종목에 강했다. 중앙고 동아고 등 고교농구팀은 전국 최강 전력을 뽐내며 김주성 주희정 추승균 등 숱한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고, 프로농구(KBL)가 출범한 1997년 부산을 연고지로 삼은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당시 ‘허동택(허재 강동희 김유택) 트리오’를 앞세운 기아를 보기 위해 부산 여성 팬들이 홈경기장에 몰리면서 사직체육관은 ‘오빠부대’로 가득 차기도 했다.
2001년 기아가 팀명을 ‘모비스’로 바꾸고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부산 농구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3-2004시즌 KTF 매직윙스(현 kt)가 부산에 둥지를 틀면서 다시 사직실내체육관으로 인파가 몰렸다. 특히 kt는 부산에서 201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챔피언결정전 우승은 KCC)까지 거두면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2021년 부산시와 경기장 사용료 인하 등으로 마찰을 겪다 끝내 ‘야반 도주’ 하듯 수원으로 떠나면서 부산 농구 팬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종목을 옮겨 축구에서는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가 프로농구 기아의 전성기와 비슷한 시기인 1997년 시즌 3관왕, 이듬해 시즌 리그컵 준우승, 1999년 시즌 K리그 준우승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당시 홈구장인 구덕운동장 일대는 늘 붐볐다.
이제 그 명맥을 KCC가 잇는 분위기다. 2001년부터 23년간 전북 전주에 연고지를 뒀던 KCC는 지난해 부산으로 둥지를 옮기자마자 바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단연 부산 프로 구단 중 ‘복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성적도 좋다. 대표적으로 라건아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22점 12리바운드를 추가해 프로농구 역대 플레이오프 득점 1위에 올랐다. 이 부문 2위는 원주 DB 김주성 감독이다. 라건아는 정규리그 누적 득점에서는 ‘국보급 센터’ 서장훈에 이은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