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축구 데뷔 기다리는 성전환 선수 고메스 [A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여자 프로축구 무대에서 한 성전환 선수가 1부 리그 팀과 계약을 하고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라 고메스(22)가 최근 아르헨티나 여자 축구 1부 리그의 비야산카를로스와 계약한 후 아르헨티나축구연맹의 계약 승인을 기다리며 훈련 중이다.
고메스가 연맹의 허가를 받아 1부 리그 데뷔에 성공하면 아르헨티나 프로축구에선 첫 사례가 된다.
남자로 태어난 고메스는 10살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됐고 13살 때 일찌감치 가족에게 선언하고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여자로 살기로 한 후부터 고메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차별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도 생각하던 중 축구를 만났다.
동네 공터에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고메스는 AP통신에 "축구는 내가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치료법이었다"고 표현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뛸 때도 팬들의 모욕과 항의는 따라다녔다.
처음 선수로 뛴 아마추어 팀 유니폼 들어보이는 고메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서는 2012년부터 성전환 수술 등을 거치지 않고도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권리가 허용됐다. 고메스도 18세 때 여성 신분증을 갖게 됐다.
고메스의 프로팀 계약 이후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줬지만, 그가 다른 여자선수들과 뛰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전 축구선수이자 스포츠 닥터인 후안 마누엘 에르베야는 AP에 "성전환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경쟁에 합류시키라는 사회적 요구는 여성 선수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으로 태어난 선수들은 기본적인 (신체) 조건을 유지하는 상태라면 엄청난 이점을 갖고 출발하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메스와 계약한 비야산카를로스의 후안 크루스 비탈레 감독은 "힘을 놓고 얘기한다면 고메스보다 강한 여자선수를 5∼6명 이상 나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감독은 고메스의 힘이 아닌 속도와 득점 능력을 보고 그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축구연맹의 경우 성전환 선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의 경우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 이하여야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장차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도 뛰고 싶다는 고메스는 "우리를 그냥 사람으로 볼 수 있도록 사회를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