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까지 타격 연습장 그물을 설치하다 보니 내가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어요. 하하."
'파이어볼러' 한기주(33)가 야구인생 2막을 열었다. 광주동성고 시절 전국 최고 유망주로 이름을 날린 그는 KIA 타이거즈 1차 지명 신인으로 2006년 입단했다. 당시 KBO리그 역대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을 받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데뷔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11패 8홀드 1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는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로 전향해 2007~2008시즌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거두며 뒷문을 지켰다. 2008시즌에는 46경기를 뛰면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71이라는 특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9시즌 이후에는 거듭되는 재활 반복이었다. 2010년부터 총 5차례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손가락,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을 계속하다 보니 마운드에 오르는 시간보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 2017시즌이 끝난 후 외야수 이영욱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사실상 한기주를 위한 트레이드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이적 첫 해인 2018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33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에서 활약했던 한기주였지만, 잔인하게도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은퇴를 결심했다.
지난해말 유니폼을 벗은 한기주는 5개월간 우신고 야구부 코치를 맡았다가 지난달초 서울 영등포에 야구 아카데미 '87 베이스볼 클라쓰'를 열었다. KIA 입단 동기이자 오랜 아마추어 코치 경력을 가진 동갑내기 절친 김준무 코치가 타자 파트를 맡고, 한기주는 투수 코칭을 전담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활을 맡아 온 이혜미 트레이너도 합류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의 '나머지 학습'을 도와주면서 보람도 느끼고, 몰랐던 재미도 배우고 있다. 1년에 걸쳐 준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최근 한기주를 만났다. 입구에는 양현종, 백용환, 임준섭 등 절친한 후배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