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잠실=김동영 기자]두산 베어스 우완 채지선.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책에 나온 체인지업 그립으로 그냥 던졌는데, 노히트노런을 했어요."
알고 보니 '천재과'였다. 류현진(33·토론토)이 떠오른다. 책 보고 한 번 따라 했는데 자기 공이 됐다. 두산 베어스 채지선(25)의 체인지업 이야기다.
채지선은 올 시즌 두산의 '신형 엔진'이다. 2015년 2차 1라운드에 지명됐으나, 5년이 걸려 1군에 데뷔했다. 늦었지만, 결과는 대박이다. 14경기에서 14⅓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중이다. 지난 5일 한화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데뷔 첫 홀드를 품었다.
지난해까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펜이 헐거워진 두산이다. 그러나 채지선이라는 새로운 얼굴이 나오면서 한숨을 크게 돌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채지선이 중간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 더 이상 잘해줄 수 없을 정도다"라며 호평을 남겼다.
특히나 체인지업이 돋보인다. 시즌 전부터 체인지업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고, 코칭스태프 평가 또한 좋았다. 그리고 1군 무대에서 위력을 뿜어내는 중이다.
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채지선은 의외의 이야기를 해줬다. 장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법도 한데, 그냥 책 보고 그립 잡아보고 그대로 장착했단다.
채지선은 "고교 시절 처음으로 던졌다.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책을 보고 그냥 잡고 던졌다. 괜찮아 보여서 경기에서 던졌는데 그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했다. 전국체전인가 광주 예선이었다"라며 웃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채지선. /사진=김동영 기자광주일고 시절인 지난 2014년 5월 26일 전국체전 광주 지역 예선에서 동성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만들었다. 볼넷도 딱 1개만 내주는 완벽투. 이 원동력이 실전에서 처음 던져본 체인지업이었다. 천재가 따로 없다.
채지선은 "그때 경기를 앞두고 '던져볼까' 싶더라. 경기 전 불펜에서 마음을 먹었다. 전까지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다"라고 돌아봤다.
떠오르는 이가 있다.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체인지업을 뿌리는 류현진이지만, 프로 입단 당시에는 커브볼러였다. 그러나 당시 한화 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배운 뒤 곧바로 경기에서 던졌고, 대박이 났다. 유명한 일화다. 아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금방 습득했다'는 점에서 류현진과 비슷하다.
채지선은 "내가 손이 엄청 작다. 그래서 삼지창(스리핑거) 체인지업을 던진다. 학교 다닐 때 책에서 보고 시작했다. 그때 그 그립을 지금도 쓰고 있다. 체인지업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김원형 코치님을 비롯해 코치님들께서 좋다고 자꾸 해주셨다. 신기하게 좋아지더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나는 원래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다. 1군에 올라와서는 매일 전쟁하듯 던지고 있다. 자신감은 있지만, 간절함도 크다. 내가 살기 위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