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49·베네수엘라) 한화 감독의 목소리는 실내 기자회견장이 울릴 정도로 컸다. 특히 리빌딩과 성적, 그리고 자신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언성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수베로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가 경상남도 거제에 뭉쳤다. 지난달 31일 한화 거제 벨버디어에 모인 선수단은 1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첫날에는 비가 내린 관계로 숙소에서 실내 훈련만 실시했다.
수베로 감독은 정오께 취재진과 만나 "비가 와 아쉽다. 하루 빨리 구장에 나가고 싶다"면서 "숙소에서 미팅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선수들부터 파악해야 한다. 국내 코치들과도 처음 일하는 것이다.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8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9위, 2020년엔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 한화는 단숨에 우승을 노리거나 목표를 높게 잡진 않았다. 리빌딩에 치중하는 가운데, 현실적인 목표를 '가을 야구'로 잡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이런 외부 평가에 대해 "이해한다. 올 시즌 계속 리빌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리빌딩 과정이라고 해도 승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리빌딩에도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시즌 종료 시점에 한화가 어떤 순위로 끝나는 것보다, 선수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들로 과정을 평가하는 게 맞다. 성적보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더 강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한화가 점점 플레이오프에 가까워지고 있는 팀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 자신한다. 당장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수베로 감독이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인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강조하는 '비전'에 대해 말할 때였다.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가 흘러 내려갈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그는 "제가 강조한 건 2가지, '실패할 자유(Freedom of fail)'와 '신념(Conviction)'"이라면서 "성공 혹은 실패라는 결과에 따라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실패할 자유를 보장해주고 싶다. 필드에 나가면 모든 걸 쏟아부으라 얘기한다. 실패해도 100% 최선을 다했을 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념'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플레이를 할 때, 신념을 갖고 하라는 걸 강조한다. 신념을 가진 선수는 당장 결과가 안 좋아도 본인의 플레이에 대해 믿음과 확신이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가 안 좋더라도,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올 때 자기를 시험하고 결과를 내고 싶은 그런 선수가 신념이 있는 선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