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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 이젠 더 이기적이어도 좋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스타 손흥민(29)의 골 시계가 다시 작동했다. 그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2021시즌 EPL 33라운드 사우샘프턴과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5분 페널티킥(PK)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오른발로 차 넣으며 2-1 신승을 견인했다. 올 시즌 EPL 15호 골이자 시즌 20호 골(유로파리그 4골·컵대회 1골).
손흥민은 이 골로 지난 2016~2017시즌 세운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골(14골)을 경신했다. 이어 시즌 전 대회 20골 고지를 밟으면서 역시 2016~2017시즌 자신이 세웠던 아시아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 경신도 눈앞에 뒀다. 그는 올 시즌 도움도 16개나 기록했다. ‘월드클래스 지표’로 통하는 꿈의 한 시즌 20골-20도움에도 가까워진 셈이다. 토트넘은 오는 26일 맨체스터 시티와 카라바오컵 결승을 비롯해 EPL 잔여 5경기까지 총 6경기를 남겨뒀다. 산술적으로 얼마든지 새 기록 창조에 도전할 수 있다.
손흥민에게 올 시즌 남은 한 달은 자기 자신과 싸움이나 다름이 없다. 그는 시즌 초반 공식전 10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치며 EPL 득점 선두에 매겨지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해리 케인과 함께 리그는 물론 장거리 유로파리그 원정 등을 두루 책임지며 혹사 논란에 시달렸고, 두 번이나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단기 이탈한 적도 있다. 또 케인과 찰떡 호흡으로 초반 여러 골을 양산하며 상대 강한 견제에 몰렸다. 그 사이 토트넘은 EPL에서 내리막 길을 걸었고 유로파리그 16강에서 조기 탈락하는 등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손흥민이 선택한 건 희생이었다. 여느 시즌보다 최상의 골 감각을 자랑했으나 하반기 들어 상대 견제를 역이용,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특급 도우미’ 구실을 주로 했다. 역대 가장 많은 도움 숫자(16개)만 봐도 이를 대변한다. 대신 케인의 득점이 오름세를 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EPL 득점 선두(21골)로 올라섰다. 하지만 손흥민의 희생만으로 토트넘이 반전할 순 없었다. 사우샘프턴전 직전 EPL 3연속 무승(2무1패)에 그치면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됐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조력자 역할에 집중하면서 너무 슛을 아낀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흥민은 현재 EPL 득점 순위 4위에 매겨져 있다. 그런데 상위 5명 중 슛 수가 유독 적다. 선두 케인은 117개의 슛을 때렸다. 2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9골)와 3위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16골)는 각각 101개, 99개를 시도했다. 5위 패트릭 뱀포드(리즈 유나이티드)도 98개다. 대부분 100개 안팎의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손흥민은 단 60개의 슛을 시도하는 데 그쳤다.
물론 무리뉴 전 감독 체제에서 윙어가 수비에 가담하는 일이 잦아 손흥민의 슛 기회가 다른 공격수보다 적었던 것도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스스로 슛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를 살리는 모습이 자주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손흥민은 케인과 함께 차기 시즌 리그 내 빅클럽 또는 타 리그 이적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둘 다 전성기 나이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커리어 정점을 찍을 만한 팀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 손흥민은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어떠한 미래가 열리든 손흥민으로서는 ‘커리어 하이’를 보내는 올 시즌 마무리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공격 포인트를 가능한 최대한 많이 해내는 게 토트넘에 잔류하든, 새 둥지로 옮기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그가 시즌 잔여 경기에서 더 적극적인 슛으로 골 사냥에 성공, 자신의 가치를 더 부각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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