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200cm, C)이 버텨줘야 한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020~2021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t를 3-0으로 제압했다. 1주일 가까이 휴식 시간을 얻었고, 22일 오후 7시부터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제러드 설린저(206cm, F)와 전성현(188cm, F)이 6강 플레이오프 승리의 주역이었다. 설린저는 승부처 해결 능력과 컨트롤 타워로서의 경쟁력을 과시했고, 전성현은 폭발적인 슈팅으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설린저와 전성현 외에, 이렇다 할 공격 옵션이 없었다. 특히, 국내 선수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국내 선수들이 설린저를 찾는 일이 많았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도 “어려울 때 설린저만 쳐다보는 건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이를 짚었다.
전성현의 부담을 덜어줄 이는 많다. 이재도(180cm, G)와 전성현(188cm, F), 문성곤(195cm, F)과 양희종(195cm, F) 등이 각자의 옵션으로 전성현의 슈팅 능력과 시너지를 내면 된다.
그러나 설린저는 다르다. 설린저가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 수 있는 선수라고는 하나, 설린저의 골밑 싸움을 도와줄 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도 시즌 중 “(오)세근이가 힘을 보태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세근의 힘이 필요한 건 맞다. 오세근의 역량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세근은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 평균 18분 31초 밖에 나서지 않았고, 5.3점 1.7리바운드 1.7어시스트에 그쳤다.
오세근이 부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와 kt의 매치업으로 인해, 오세근이 많은 시간을 나서는 것도 어려웠다. kt가 많은 활동량과 넓은 활동 범위를 지닌 양홍석(195cm, F)을 4번으로 활용하는 일이 많았기에, KGC인삼공사도 오세근을 쉽게 활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전은 다르다. 현대모비스는 함지훈(198cm, F)-장재석(202cm, C)이라는 확실한 국내 빅맨을 보유하고 있다. 숀 롱(206cm, F)과 버논 맥클린(202cm, C)도 골밑 성향의 외국 선수. 설린저 혼자만으로 현대모비스 빅맨 라인을 버틸 수 없다.
오세근의 골밑 지배력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오세근이 현대모비스 국내 빅맨의 공세를 이긴다면, 설린저 또한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렇다면, 설린저가 이전처럼 공격에서 더 힘을 낼 수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 공격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한 팀이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드 찬스 포인트도 많다. KGC인삼공사가 공격 리바운드만 저지해도, 현대모비스의 득점을 줄일 수 있다. 오세근이 숀 롱 혹은 현대모비스 국내 빅맨의 리바운드 공세를 견딘다면, KGC인삼공사가 골밑 싸움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설린저가 외곽에서 공격해야 할 때, 오세근이 페인트 존에서 컨트롤 타워를 맡아야 한다. 오세근이 페인트 존에서 여러 가지 옵션(크게는 직접 공격하는 것과 동료를 살리는 옵션이 있다)을 수행해야, 나머지 4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근의 역할과 가치가 분명해졌다. 비록 오세근의 기록이 향상되지 않더라도, 오세근의 4강 기여도는 6강 기여도와 달라야 한다. 오세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내줘도, KGC인삼공사는 수월하게 이번 시리즈를 풀 수 있다. 여기에 오세근의 공수 지표가 눈에 띠게 올라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