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은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다. 올해가 MLB 9년차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MLB에서 9년을 버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류현진도 MLB에서는 베테랑급 대우를 받고, 토론토 클럽하우스에서 류현진만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미국 현지 생활 경험도 많이 쌓였다. 언어 장벽에 대한 스트레스도 데뷔 당시보다는 훨씬 덜하다. “류현진은 영어를 못한다”는 이상한 선입견이 있지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엉터리 루머다. 류현진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팀 메이트들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통역 없이 영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미 스포츠전문매거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또한 21일(한국시간) 통역의 세계를 다룬 특집판에서 류현진의 영어 실력을 인정(?)했다. SI는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커맨드라는 그의 장점을 앞세워 지난 두 시즌 동안 사이영상 표를 얻었다. 류현진은 일상적인 영어 회화를 이해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류현진이 그래도 통역을 쓰는 건 급박한 순간에서 전문적인 용어를 실수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건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더스틴 니퍼트나 제이미 로맥 같이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선수가 있지만, 경기 중 상황에 대해서는 항상 통역을 쓴다. 만에 하나 발생할 오류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류현진의 통역은 캐나다에서 자란 한국계 박준성 씨다. 박 씨는 올해가 류현진 통역 첫 해다. 항상 류현진 곁에 머물며 의사소통을 돕는다. SI는 의사소통을 더 세밀하게 하기 위해 통역의 중요함을 설명했다.
이를 테면 피트 워커 투수코치와 일상적인 대화는 굳이 통역이 없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세한 야구적인 용어와 게임 플랜의 수립 등은 실수나 오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코치, 류현진, 그리고 동료 야수들까지 모든 정보를 ‘하나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그 뜻을 잘못 알고 있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그래서 통역이 중요하다.
평상시 워커 코치나 찰리 몬토요 감독의 마운드 방문에 통역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특별한 전술적 지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중요한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통역이 호출된다.
박 씨는 “(같은 패스트볼이라고 해도) 존에 들어가는 패스트볼과 바깥으로 가는 패스트볼은 다른 두 개의 공이다”면서 “만약 우리가 볼을 던지고 싶은데 포수가 스트라이크로 사인을 보내고 있고 그것이 안타나 점수가 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이는 내가 실수를 해서 경기에서 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급박한 상황에서의 압박감도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 실수는 없었다. 확실하지 않으면 계속 확인하는 박 씨의 꼼꼼함 덕이다. 박 씨는 “만약 해야 한다면 두 번, 세 번, 네 번 체크를 할 것”이라고 투철한 직업의식을 드러냈다. 현재 아시아 선수들은 모두 통역을 고용해 활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추신수의 경우 회화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자유로웠고, 미디어 인터뷰 또한 통역 없이 진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