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아름다운 뒷모습을 끝내 남기지 못했다.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유로 2020 16강을 가진 잉글랜드가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8강에 오른 잉글랜드는 뒤이어 경기를 갖는 스웨덴 대 우크라이나 승자와 만난다.
대회 탈락 순간이 곧 뢰브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다. 뢰브 감독의 치세는 창대하게 시작해 미약하게 끝났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돼 처음 지휘봉을 잡은 유로 2008에서 준우승했고, 이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 모두 4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남미 개최 대회 최초로 유럽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독일 역사상 네 번째 우승이자 가장 오래 걸린 24년 만의 우승이었다. 유로 2016에서도 4강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지휘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두 대회는 심하게 부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는데 1차 조별리그를 넘지 못한 건 1954년 이후 처음이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카잔의 기적'을 선사하는 신세였다. 뢰브 감독은 결별이 예정돼 있던 이번 유로에서 멋진 퇴장을 꿈꿨으나 조별리그를 간신히 통과한 뒤 16강에서 조기 탈락하는 데 그쳤다.
장소가 잉글랜드 원정이었지만 독일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었다.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1996이 독일의 마지막 우승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5년 만에 돌아온 웸블리는 독일에 나쁜 기억을 안기고 말았다.
대회 이후 독일 대표팀은 최근까지 바이에른뮌헨을 이끈 한지 플릭 감독이 물려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