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동안 얼마나 외국인 투수에 대한 '복'이 없었던 것일까. 트레버 바우어가 20년 만에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구단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작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렸다.
바우어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투구수 114구, 7피안타 4사사구 7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시즌 5승째를 수확했다.
일본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른 이후 두 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202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의 면모를 뽐내지 못했던 바우어가 완전히 달라지긴 한 모양새다. 2군으로 강등돼 조정의 시간을 가졌던 바우어는 복귀전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까지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개인 4연승을 질주했다.
바우어는 지난 14일 니혼햄 파이터스와 교류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투구수 113구, 3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완투승을 손에 넣었다. 요코하마 DeNA는 교류전이 끝난 뒤 휴식기가 있다는 점을 고려, 바우어를 1군에서 말소하고 휴식을 부여했다.
바우어를 말소했던 가장 큰 이유는 25일 경기 때문이었다. 한신은 요코하마 DeNA와 센트럴리그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주말 3연전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리고 바우어는 요코하마 DeNA가 기대했던 최고의 결과를 가져왔고, 팀을 리그 단독 1위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바우어는 1회 삼진 한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더니, 2회 1사 1, 2루의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3회에는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잠시 흔들렸으나, 두 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순항했고, 4회 이토하라 켄토-모리시타 쇼타-우메노 류타로로 이저지는 중심 타선을 묶어내며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첫 실점은 5회였다. 3-0으로 앞선 5회초 오바타 류헤이에게 안타, 치카모토 코지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한번 위기에 몰린 바우어는 마에가와 우쿄에게 3구째 142km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2사 1, 3루에서는 오야마 유스케 적시타를 허용해 5회 2점을 내주며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러자 요코하마 DeNA 타선은 5~6회말 각각 1점씩을 뽑아내며 바우어에게 추가로 힘을 실었다.
6회까지 한신 타선을 2점으로 막아낸 바우어. 하지만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바우어는 시작부터 연속 안타-실책이 겹치면서 무사 2, 3루에 몰렸다. 여기서 바우어는 치카모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마에가와에게 볼넷을 내주며 한차례 더 위기를 자초하고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바우어는 두 명의 책임주자를 남겨둔 상황에서 강판됐으나, 요코하마 DeNA 불펜이 남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점 없이 막아냈고, 바우어는 6⅓이닝 3실점으로 기록하게 됐다. 흐름을 탄 요코하마는 그대로 뒷문까지 걸어잠그며 5-3으로 한신을 격파, 지난 5월 13일 이후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날 시즌 5승째를 수확한 바우어는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록까지 챙겼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바우어는 6월에만 4승을 수확했다"며 "외국인 투수로는 2003년 9월 도밍고 구스만 이후 20년 만에 구단 역대 두 번째"라고 전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수와 얼마나 연이 닿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바우어는 경기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선수답게 "해시태그 요코하마 우승"이라고 외치며 "오늘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사사구가 많아 고생했다. 하지만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초첨을 맞췄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서서히 일본프로야구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바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