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순위 대결'은 이어진다. 외나무 다리 맞대결에서 웃은 건 SSG 랜더스였다. '미라클 두산'을 제압하고 NC 다이노스와 순위 대결을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SSG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2타점을 올린 한유섬과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로니에스 엘리아스의 맹활약 속 3-2로 이겼다.
SSG는 75승 65패 3무를 기록했다. NC가 이날 KIA전에서 2-4 역전패를 당하며 75승 66패 2무로 SSG가 0.5경기 차로 3위로 올라섰다. 최종순위는 결국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결정된다. 74승 67패 2무가 된 두산은 NC와 1경기 차를 유지했지만 최종전을 통해 동률을 이루더라도 상대전적은 8승 8패로 같지만 맞대결 다득점(64-66)에서 밀려 최종 5위를 확정했다.
NC와 SSG의 최종 순위는 17일 각각 KIA와 두산전 결과에 따라 갈린다. 최종 3위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직행하고 4위는 1승을 안고 두산과 와일드카드(WC)전을 치른다.두산은 이날 김태근(우익수)-정수빈(중견수)-호세 로하스(지명타자)-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박준영(유격수)-허경민(3루수)-조수행(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은 라울 알칸타라.
체력적 부담으로 전날 빠졌던 양의지가 라인업에 복귀했으나 좌타 거포 김재환의 결장이 뼈아팠다. 손바닥 통증으로 인해 이날도 빠졌다.
돌아온 양의지와 1선발 알칸타라의 어깨가 더 무거웠다. 이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어제 하루 푹 쉬었다. 하루 만에 체력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오늘과 내일 경기의 중요성을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본인들이 조금 몸이 힘들거나 해도 오늘, 내일 경기는 분명히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칸타라에게도 "우선은 오늘 경기를 꼭 잡기 위해서 알카타라가 많은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기를 저희는 바란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SSG는 추신수(지명타자)-박성한(유격수)-한유섬(우익수)-길레르모 에레디아(중견수)-최주환(2루수)-하재훈(좌익수)-김성현(3루수)-오태곤(1루수)-김민식(포수)로 맞서고 로니에스 엘리아스를 선발로 내보냈다.
SSG도 최정이 빠졌다.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 김 감독은 "오늘 엘리아스가 나가고 내일 경기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을 한다. 정규시즌을 치르고 하루 쉬고 포스트시즌이지만 거기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이 경기에 총력을 다 해야 된다"며 "어쨌든 우리가 자력으로는 안 된다.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1회초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SSG는 적극적으로 알칸타라 공략에 나섰다. 4명의 타자가 모두 2구에 승부를 봤다. 1번 타자 추신수가 2루타로 출루했고 박성한이 보내기 번트, 한유섬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아냈다.
반면 두산은 1사에서 정수빈이 빠른 발과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로하스의 타구가 엘리아스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더블아웃을 당해 아쉬움을 삼켰다.2회 알칸타라는 안타 하나를 맞고 도루까지 허용한 뒤에도 삼진 2개를 곁들여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투구 후 어딘가 불편해 하는 게 보였다. 더그아웃의 이승엽 감독도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3회 2사 2루에서 한유섬에게 1타점 우전안타를 내준 뒤 문제가 생겼다. 투구 도중 심상찮음을 느낀 두산의 벤치가 움직였다. 알칸타라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우선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투구를 이어갔다.
이어진 에레디아의 타석 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이 과정에서 양의지가 얼굴에 공을 강타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흐름이 이어졌다.4회 들어 알칸타라가 안정을 찾으며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알칸타라는 4회초 볼넷 하나를 내줬으나 15구 만에, 5회엔 삼자범퇴로 9구 만에 마치며 타선에 기회를 넘겼다.
SSG 입장에선 5회말 2사에서 박준영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준 게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허경민이 3-1로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과감한 스윙을 펼쳤다. 카운트를 잡기 위한 엘리아스의 한 가운데 속구를 허경민이 노려쳐 좌중간 담장 직격 2루타로 1루 주자 박준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사 2루에서 조수행이 기습번트를 시도하려다가 공이 빠지자 배트를 거뒀지만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 허경민이 중심을 잃으며 빠르게 귀루하지 못해 횡사했다. 동점 기회에서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에도 잘 버틴 알칸타라의 호투에도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건 뼈아팠지만 점수 차를 한 점으로 좁히며 경기 후반 반격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알칸타라가 6회까지 잘 버틴 뒤 김명신에게 공을 넘겼다. 선두 타자 김민식을 중견수 뜬공,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박성한에게 좌전 안타를 맞자 두산 벤치는 홍건희를 불러올렸다. 홍건희가 한유섬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에레디아와 마주했다.
2사 1,2루에서 에레디아의 땅볼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됐고 허경민의 안면을 강타했다. 타구가 좌익선상 밖으로 흘렀고 2루 주자 박성한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 들었다. 유격수 박준영이 빠르게 쫓아 홈으로 정확한 송구를 보냈다.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으나 슬라이딩하는 박성한과 충돌한 양의지가 공을 놓쳐 점수 차는 다시 2점으로 벌어졌다.
4번째 투수로 나선 이영하가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두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점수 차는 2점으로 벌어졌고 허경민은 박지훈과 교체됐다. 두산 구단은 "허경민은 타구에 우측 관자놀이를 맞아 아이싱 치료 중"이라며 "상태를 지켜본 뒤 검진 여부 결정 예정"이라고 전했다.엘리아스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7이닝 동안 98구를 뿌리며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SSG는 9회말 등판한 마무리 서진용이 대타 김인태에게 솔로포를 내주며 진땀을 흘렸다. 설상가상으로 양의지의 평범한 뜬공을 1루수 오태곤이 놓쳤고 그 사이 양의지는 2루까지 파고 들었다. 양석환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SSG. 2사 주자 1,2루에서 강승호를 상대로 삼진을 이끌어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엘리아스는 시즌 8승(6패)까지 챙겼다.
타선에선 1회 좌익수 희생플라이와 3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린 한유섬의 활약이 빛났다. 테이블 세터 추신수(2루타)와 박성한(1안타)도 밥상을 차린 뒤 득점까지 성공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두산 알칸타라는 불운 속 6이닝 동안 92구를 던져 4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2실점 호투했으나 팀 타선에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9번째 패배(13승)의 멍에를 썼다.
경기 후 김원형 SSG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엘리아스가 너무나도 좋은 활약을 했고 야수들이 공수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승리할 수 있었다. 1회 추신수의 2루타로 시작된 찬스에서 선취점을 뽑은게 주효했고, 득점찬스에 중심타선에서 한유섬, 에레디아가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 (김)민식이의 리드도 좋았고 엘리아스, 노경은, 서진용이 점수 차를 잘 지켜줬다"고 칭찬하며 "날이 쌀쌀해졌음에도 팬 분들이 많이 와주신 것 같아 감사드리고, 덕분에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한경기 남았는데 모두 후회없는 경기를 치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 투수 엘리아스는 "오늘 경기가 아주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열심히 준비했고 팀이 승리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마운드 위에서 내 플레이에 집중했기 때문에 긴장하진 않았고 앞선 두산과의 경기에서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기존에 내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오늘 공격적인 피칭으로 타자와 상대하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원정경기에서 승리해서 기쁘고 기세를 이어나가 내일 홈 최종전에서도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타점의 주인공 한유섬은 "지금 역대급 순위 싸움 하고 있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부담이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대구에서 아쉽게 지고 처질 만도 한데 중요한 경기 이길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