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20일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출신 내야수 에디슨 러셀(26)을 영입하면서 야시엘 푸이그(30)와도 접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푸이그와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러셀로 선회해 계약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러셀도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선수 중 손꼽히는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하지만 푸이그는 경력과 한국 내 인지도에서 러셀을 능가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푸이그는 류현진(33·토론토)의 다저스 시절 팀 동료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구설수가 많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실적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왔으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야구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푸이그는 소속팀이 없다. 푸이그는 지난해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에서 149경기에 나가 타율 0.267, 24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5를 기록했다. 만 30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특급 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러주는 팀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렇다면 푸이그는 왜 KBO리그행을 주저한 것일까. 한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루머가 나오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푸이그 또한 MLB에서 충분히 경력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소속팀이 없지만 결국은 올해 안에는 새 소속팀을 찾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계약에 묶이게 되는 KBO리그행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MLB에서 새 소속팀을 찾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만약 정상대로 시즌이 진행됐다면 각 팀별로 부상자나 변수가 속출했을 것이고, 시장에 남은 푸이그는 벌써 계약을 맺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MLB는 아직도 개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푸이그는 아직도 시장에 남아있다. 푸이그는 기량 외의 문제도 구단들이 꺼려하는 성향이 있다.
다만 특별 규칙으로 내셔널리그까지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지명타자 제도는 푸이그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내셔널리그 팀들은 지명타자 제도가 생소한 만큼 이에 충분한 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망이를 갖춘 푸이그는 긁어볼 만한 복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직 푸이그의 행선지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행을 포기할 만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