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철인3종협회의 늑장 대처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비극을 막지 못한 원인 중 하나였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월 최숙현 선수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당시 내부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통화에서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최 선수의 아버지에게 연락하지 않고, 조사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의 이야기만 믿었던 것이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숙현 선수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 2월 경주시청의 뉴질랜드 전지 훈련때부터 김 감독과 팀 닥터, 선배 2명에게 구타를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
계속된 폭행과 가혹행위에 최 선수는 2018년 1년 동안 선수 생활을 중단했고 올해 초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겼다. 이후 최 선수는 협회에 가장 먼저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협회는 김 감독에게 전화를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듣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이 최 선수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지지를 보냈는데, 큰 문제가 없는것처럼 보였다"면서 "최 선수가 팀을 옮겨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내부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 보호 업무처리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대처였다. 매뉴얼에 따르면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정확한 정황, 개요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조사기관을 결정하고 직접 조사에 나서거나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진정서를 접수한 협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다렸다. 협회는 4월에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하자 뒤늦게 직원 1명을 파견, 스포츠인권센터 조사에 함께하도록 했다.
박 회장은 "사건 당시 정식으로 경찰에 고소하면 그때 협회에서 협조할 생각이었다. 안일하게 대응해서 이런 불행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며 후회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