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스포츠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야구만 하더라도 프로리그가 죄다 지각 시작되는 등 타격이 컸다.
일본프로야구(NPB)는 6월 19일에 개막했고, 사태가 가장 심각한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메이저리그(MLB)는 7월에야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겨우 문을 열었다. 그마저도 순탄치 않다. MLB는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 선수단에 집단 감염 및 감염 우려가 감돌면서 당장 전체 팀의 20%인 6개 팀이 경기를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하면 60경기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다.
관중까지 받으며 순항하는 듯했던 일본프로야구도 긴장 중이다. 개막 전 한신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리그가 발칵 뒤집힌 것에 이어,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의 외야수 하세가와 유야가 확진 판정을 받아 2일 소프트뱅크와 세이부의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MLB만큼 골치가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일본도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KBO리그는 어쩌면 ‘기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KBO리그도 당초 개막보다 한 달 정도 늦은 5월 5일 개막했으나 아직까지 1·2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팀 선수단 기능이 마비되고, 그렇다면 리그 전체 일정이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 달 가까이 아직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100만 명당 확진자가 281명 수준인 한국의 방역이 분명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성공적이다. 다만 매일 확진자가 나오는 등 완벽한 ‘청정 국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이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KBO리그 1·2군 선수 모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는 평가다. KBO와 구단 측면에서 철저한 매뉴얼을 만든 공도 있지만, 역시 이를 잘 지킨 선수들의 성숙한 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당장 MLB와 NPB는 음식점·술집·카지노 등 공공시설에서 선수 및 관계자들이 감염이 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하지만 KBO리그의 경우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도록 하는 등 매뉴얼을 만들어놨다. 선수들도 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10개 구단 취재 결과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벌금 등 강제 사항은 없지만, 선수들 스스로가 이를 잘 지키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선수단 내규에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과 같은 내규는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착용하라고 이야기를 한다. 외출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kt 감독 또한 “라커에서부터는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그 이전에는 모두 마스크를 쓴다. 굳이 쓰라고 하지 않아도, 안 쓰면 선수들끼리 뭐라고 한다. 원정 때 외출을 나가기는 하는데 선수들이 다 조심한다”고 말했다.LG 관계자는 3일 “원정 경기에서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라든지 등의 강제 사항은 없다. 다만 선수들이 KBO의 매뉴얼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선수들부터 이를 잘 의식하고 지킨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단 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들이 강하다. 최근 대전에 확진자들이 많이 나와 홈에서도 선수들이 집 바깥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원정시 버스에서도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했다.선수단뿐만이 아니다. 선수들과 항상 접촉하는 구단 프런트들도 아직 확진 사례가 없다. 이들은 외부와 마주칠 일이 많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염에 더 취약하다. 하지만 각별한 주의로 지금까지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일을 하는 여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단보다 규모가 더 큰 부분인데, 여기에서도 철저한 관리가 빛을 발한다.7월 25일부터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아직까지 야구장에서 감염됐다는 인원은 없다. 팬들도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불편하지만 취식 금지 조치와 육성 응원 자제 조치도 잘 지키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혼란도 있었으나 이제는 관중석에서도 문화가 잘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 0과 함께 반환점을 돈 KBO리그는 이제 후반기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