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라는 단어와는 아직 거리가 먼 프로야구 SK 최정(33)이 지난달 29일 LG전에서 터뜨린 시즌 17호 홈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개인 통산 352호가 된 이 홈런으로 KBO리그 역사상 홈런을 많이 친 두 번째 선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의 밑으로 양준혁(351개), 장종훈(340개) 등 ‘전설’이라고 불리는 강타자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이제 최정보다 높은 곳에는 ‘아시아 홈런왕’으로 불린 이승엽(467개)만 남아 있다.
최정의 프로 데뷔 초기만 해도 ‘최정’과 ‘통산 홈런 1위’라는 단어를 조합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소년장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힘이 좋았지만 ‘거포’보다는 발도 빠른 ‘호타준족’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타자들이 많이 구사하는 레벨스윙으로도 2010시즌부터 ‘3할,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던 최정은 2012시즌에는 26홈런, 20도루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매년 타격폼 수정에도 공을 들인 최정은 2016시즌부터 ‘거포’로 거듭났다. 타격 궤적이 홈런 양산에 유리한 어퍼스윙으로 바뀌며 정확성은 떨어졌지만 홈런 양산에 들어갔다. 2016시즌 40홈런을 기록한 최정은 이듬해 47홈런을 기록하며 ‘홈런공장’으로 불린 SK 타선을 이끌었다. 처음 20홈런을 기록한 2010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6시즌 동안 평균 20.8개의 홈런을 치던 최정은 2016시즌 이후 지난 시즌까지 매년 37.5개의 홈런을 쳤다.이승엽을 넘으려면 앞으로 115개 이상의 홈런이 필요하지만 가능하다는 평가다. 2018시즌 후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정은 SK와 6년 106억 원으로 사실상 종신계약을 맺었다. 새 환경 적응 등을 고민할 필요 없이 익숙한 곳에서 홈런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
이승엽이 KBO리그에서 350홈런을 기록했을 당시(37세)보다 최정의 나이가 네 살 어린 것도 유리한 부분이다. KBO리그에서 300홈런을 달성(당시 27세)하기까지 세계 최연소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던 이승엽은 이후 일본으로 진출(2004∼2011년)해 전성기 대부분을 보내며 KBO리그 홈런 기록을 추가할 수 없었다.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 159홈런을 쳤다.
뛰어난 실력에도 국내 리그에서 한 우물을 판 최정은 350홈런을 때린 시점에서 이승엽의 KBO리그 페이스를 추월했다. 이승엽의 은퇴 나이(41세)까지 KBO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한다면 다음 시즌부터 매년 평균 15개의 홈런만 쳐도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