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올 시즌 심판의 판정 논란이 많았다. 특히 비디오판독 기회(2회)를 다 쓴 다음에 오심이 나올 경우, 판정에 어필을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승패가 바뀌는 결정적인 오심도 있었다.
현장의 감독들은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를 확대하자’, ‘심판 재량으로 비디오판독을 실시하자’ 등 개선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KBO는 시즌 후에 논의한다는 뜻을 보였다. 이후에도 판정 논란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다.
4일 수원 LG-KT전의 심판진은 현행 규정 내에서 판정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소신있는 ‘4심합의 판정 번복’으로 오심을 바로잡았다.
8회초 LG의 공격. 1사 1,2루에서 대타 정근우의 타구는 3루수 키를 넘어 3루 선상에 떨어졌는데, 김정국 3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타구는 페어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파울 판정과는 별도로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고, 1루 주자는 3루로, 타자주자는 2루까지 뛰었다.
이후 정근우와 LG측은 파울 판정에 어필했다. 문제는 LG는 경기 초반 비디오판독 2회를 모두 사용해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예전이라면,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진행됐을 터.
김정국 3루심과 차정구 주심이 먼저 모여 판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조금 후 강광회 1루심, 이민호 2루심까지 모두 모여 4심합의를 했고, 김정국 3루심은 파울에서 안타로 번복했다. 7-7 동점이 되고, 1사 2,3루가 됐다.
KT가 심판의 판정 번복에 어필하면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번복된 2루타 판정이 정확한 판정이었다.
심판은 순간적으로 판정을 내린 후 ‘아, 잘못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심판은 신이 아니기에 그럴 수 있다. 그럴 때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규정에 있는 4심합의를 활용하면 된다. 4일 LG-KT 심판조는 이를 잘 활용해서 오심을 바로 잡았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자신이 내린 최초 판정에 대해 4심합의를 통해 뒤집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KT 구단에 따르면, 이날 심판진은 "(파울 선언을 한 후) 타구가 빨라서 정확한 판단이 안 돼서 주심의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번복했다"고 했다.
오심을 바로잡은 판정 번복으로 7-7 동점이 됐고, 이후 2사 만루에서 LG는 3점을 뽑아 역전해 최종 스코어 13-8로 승리했다. KT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반대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오심을 줄인다'는 공정성으로 바라봐야 한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오심이 경기 승패를 좌우한다면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더불어 한 경기에 2회 주어지는 비디오판독 기회를 신중하게 요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