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에 화가 너무 났다. 홈런 2개가 나왔어도 아직 완벽하진 않다.”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하며 KIA타이거즈를 승리로 이끈 최형우(38)의 표정은 환했다.
KIA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6-3으로 이겼다. 2연패에서 탈출하며 승률 5할(7승 7패)에도 복귀했다.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형우는 이날 히어로였다. 최형우는 LG 선발 정찬헌을 상대로 투런포 2개를 쏘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최형우는 5구 141km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 6일 고척 키움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던 최형우는 12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는 KIA의 올 시즌 두 번째 팀 홈런이기도 했다.
또 승부처에서 최형우의 홈런포가 터졌다. 2-1로 추가점이 필요했던 5회초 2사 1루에서 최형우는 정찬헌의 투심 패스트볼을 또 제대로 공략해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는 최형우의 통산 2000안타였다. KBO리그 12번째 2000안타 타자가 됐다.
경기 후 최형우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안 되면 답답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팀이 이기고 있으면 괜찮은데 5할 승부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 기분 좋게 승리하고 장타도 나왔다”며 웃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선 “(정)찬헌이가 어떻게 들어올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멀티홈런이 될 줄은 몰랐다. 브룩스가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통산 2000안타에 대해서는 겸손했다. 최형우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 하루에 안타 1개만 치려고 하루하루 버티던 때가 있었는데 2000안타라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2000안타는 레전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형우는 “난 아직 평범한 선수인데, 그냥 쌓인 기록만 많을 뿐이다. 사실 기록을 의식하고 야구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 하루에 안타 1개를 치기 위해 바둥바둥했던 선수였는데,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났나라는 생각만 든다. 레전드라니, 아직 멀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형들은 젊을 때부터 잘 했지만 나는 늦게 터졌다. 그래서 늦게까지 야구할 힘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다짐했다.
멀티 홈런으로 반등의 조짐을 보였지만, 아직 만족스럽진 않다. 최형우는 “지금까지 내가 너무 못 했다. 말도 못 하게 못 했다. 나 자신에게도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스윙을 해서 아웃 당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친 기분이었다”며 “멀티 홈런을 쳤다고 해서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말하진 못 하지만 하루하루 팀이 이기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