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치는 떨어졌고, 계약 기간은 끝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선수는 펄펄 날았으니 배가 아파질 만도 하다.
이강인이 맹활약했다. 23일(한국시간) 2020-2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8라운드 최종전 SD우에스카 원정 경기에 선발 출격해 81분간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양 팀이 득점 없이 비긴 가운데, 인상적인 활약으로 다가올 미래를 기대케 했다.
이강인은 프리메라리가 24경기(선발 15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당 52.5분 출전. 득점 없이 4도움을 기록했다. 만 20세 선수가 매 경기 완벽할 순 없었을지라도, 비교적 준수한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하곤 했다.
단, 선수 본인이 크게 만족할 한 해는 아니었다. 이강인은 2020-21 시즌을 '더 많이 뛰면서 경기 체력과 감각을 크게 끌어올릴 시기'로 잡았다. 규모가 작은 클럽으로 임대를 다녀오는 안도 적극 고려했다. 발렌시아 1군에서 레귤러 멤버로 중용받을 게 아니라면 더 발전해 돌아오겠다는 것. 마침 자신을 원하는 클럽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 입장은 단호했다. "재계약 시에만 임대 허락"을 고수하며 이강인을 잡아뒀다. 그렇다고 쏠쏠히 활용한 것도 아니다. 이강인은 한창 상승 곡선을 그릴 때 벤치에 방치되기도 했고, 괜찮은 플레이에도 이르게 교체돼 고개를 떨구기까지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구단 처사에 선수만 속이 터졌다.
이강인에 대한 칼자루는 당연히 계약을 체결한 구단이 쥐고 있었다. 다만 윈-윈 할 기회 대신 속절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도 아쉽게 다가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 등 주가가 쭉쭉 올랐을 때를 떠올리면 최근 1~2년간의 행보가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았다.
계약 기간은 이제 딱 1년 남았다. 발렌시아로선 이번 여름 이강인을 보내더라도 대폭 깎인 금액밖에 받지 못한다. 당장 올해 연말부터는 선수 측이 제3 구단과 자유롭게 교섭할 수 있어 이적료 한 푼 없이 뺏길 가능성도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