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백현기]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는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마르티네스는 1992년생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아르헨티나의 인디펜디엔테 유스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후 아스널 유스로 넘어가 잉글랜드 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에 프로에 데뷔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당시 아스널에는 우카시 파비안스키와 보이체흐 슈체스니가 차례로 주전을 도맡아 골키퍼 장갑을 꼈고 마르티네스는 서브 골키퍼에 그쳐야만 했다. 결국 마르티네스는 옥스퍼드 유나이티드, 셰필드 웬즈데이 등 하부리그 임대를 전전하며 경력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아스널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고 언젠가 아스널에서 주전으로 뛰겠다는 결심 하나로 경험을 쌓았다. '버티면 승리한다'라 했던가. 결국 2019-20시즌에 주전이었던 베른트 레노가 부상으로 낙마했고, 마르티네스는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리그에서 맹활약을 선보였고 FA컵 결승에서는 첼시를 상대로 선방쇼를 보여주며 팀의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해당 시즌 마르티네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5경기 이상을 뛴 골키퍼 중 81%를 기록하며 선방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1년 6월에는 생애 처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그의 선방 능력을 높이 사며 주전으로 기용했고, 코파 아메리카 우승과 피날리시마(남미-유럽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어 2020년에는 아스톤 빌라로 이적해 현재까지 활약 중이다. 아스널 시절부터 꾸준하게 기회를 기다린 마르티네스는 결국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온전히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발탁되며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뤘다. 아르헨티나는 19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3-3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4-2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마르티네스는 승부차기에서 프랑스의 두 번째 키커 킹슬리 코망의 슈팅을 막아냈고, 세 번째 키커인 오렐리앙 추아메니의 벗어난 킥을 끝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결국 4-2 승리를 견인한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3골을 먹히며 팀에 미안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꿈꾸던 것을 이뤘고 결국 해냈다. 가족들에게 이 기쁨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대회 최고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날을 누렸다. 그저 그런 골키퍼에서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로 등극하는 최고의 드라마를 쓴 마르티네스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