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을 일찍 마친 문동주(20·한화)가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점검을 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힘을 비축하며 적절한 실전 감각 유지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아시안게임을 조준하고 있다. 13년 전 한화 에이스였던 류현진(36·토론토)이 떠오르는 준비 과정이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오는 23일 소집 예정인 아시안게임 준비 차원의 등판이었다. 지난 3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구단 차원에서 설정한 이닝 제한에 따라 1군에서 시즌은 끝났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가 문동주를 기다리고 있다.
한화 구단도 문동주의 1군 시즌 마감과 함께 아시안게임 대비 스케줄을 짰다. 2경기에서 2~3이닝 던지며 실전 감각을 유지한 채로 대표팀에 합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날 LG전에서 문동주는 2이닝 동안 29개의 공을 던졌는데 최고 152km, 평균 150km 직구(10개) 중심으로 커브(8개), 슬라이더(5개), 체인지업, 커터(이상 3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했다. 그동안 거의 던지지 않던 커터를 테스트한 게 눈에 띄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퓨처스에서 문동주 스케줄을 만들었다. 지난주에 캐치볼을 하며 몸을 회복했고, (10일) 20구 피칭에 이어 오늘 2이닝을 던졌다. 15일 다시 간단하게 투구를 한 뒤 17일 경기(서산 고양전)에서 3이닝 40~50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4일 정도 회복한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며 “보통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팀들이 이렇게 준비한다. 아마 대표팀에서 문동주의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박세웅, 나균안(이상 롯데),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등 대표팀 핵심 선발투수들은 소집 전날인 22일까지 시즌 일정에 맞춰 최대한 등판하고 합류할 전망이다. 순위 싸움 중에 전력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대표팀에 들어온다.여기에 왼팔 척골 피로골절로 3개월 넘게 재활 중인 구창모(NC)는 대표팀 잔류가 불투명하고, 지난달 어깨 통증으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건너뛴 이의리(KIA)도 최근 손가락 물집으로 또 엔트리 제외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장현석(용마고)도 고교 마지막 무대였던 봉황대기에 나서지 않는 등 실전 공백이 길어지면서 물음표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동주가 힘을 비축하며 적절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문동주의 준비 과정은 지난 2010년 한화 소속이었던 류현진(36·토론토)을 떠올리게 한다. 류현진은 그해 9월2일 대전 삼성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쳤다. 25경기(192⅔이닝)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187개로 활약했지만 팔꿈치 피로 누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당시 한화도 8위로 꼴찌가 굳어져 순위 싸움이 큰 의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시즌 후 11월에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결정이었다. 당시 한대화 한화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15이닝 정도 던진다고 해도 올해 합치면 200이닝을 훌쩍 넘기게 된다”며 “지금 굳이 욕심부리면서 무리할 필요 없다. 류현진은 국보 아닌가. 대표팀 생각도 해야 한다”며 말했다. 류현진도 당시 다승왕과 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시즌 조기 종료를 받아들였다. 그해 SK 김광현이 류현진보다 1승 더 많은 17승을 거둬 다승왕에 올랐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만족했다.한대화 감독의 대승적인 결정과 구단의 특별 관리 속에 시즌을 3주 먼저 마친 류현진의 최상의 컨디션으로 아시안게임에 합류했다. 예선 첫 경기 대만전 선발로 나서 6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국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선발 4이닝 5피안타 3볼넷 8탈삼진 3실점(2자책) 역투로 9-3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남은 류현진의 국제대회로 대표팀의 시작과 끝, 가장 중요한 2경기를 책임지며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 당시 이미 한국 최고 투수였던 류현진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금 문동주의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은 13년 전과 비슷하다.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차 이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구성상 문동주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대회 단기전에선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데 문동주가 잘 준비한다면 핵심 선발로 쓰일 수 있다. 대회 전 컨디션을 직접 확인할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3일 고척돔에서 첫 소집 훈련을 갖는다. 26일 국내에서 연습경기를 치른 뒤 28일 항저우로 출국하는 대표팀은 내달 1일 조별리그 홍콩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간다. 2일 대만전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