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가 개막전의 문을 열고자 한다.
12년 만에 친정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좌완 선발투수 류현진은 23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 입성했다. 최원호 감독 및 코치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류현진은 "선수들과 만나 좋았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등 다들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뻤다"며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고 베테랑들도 합류했다. 팀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날부터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9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한 채 캐치볼 등으로 몸을 풀었고, 투구에 나섰다. 한화 손혁 단장, 최원호 감독, 박승민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침착하게 피칭을 이어갔다. 총 45개의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커브, 커터, 체인지업을 점검했다.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던졌다"고 운을 띄웠다.
류현진은 "그동안 꾸준히 준비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었다. 실내에서만 훈련해 빨리 야외에서 운동하고 싶었다. 오자마자 불펜 피칭을 했는데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해오던 스케줄이 있었고, 오늘(23일)이 마침 불펜 피칭하는 날이라 (오키나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야구장에 와 공을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공인구에 관해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공보다는 살짝 묵직한 듯하다. (팀에 오기 전) 마지막 개인 훈련 때 한국 공인구로 몇 차례 던지고 왔는데 아직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최원호 감독은 "힘 안 쓴다더니 공이 잘 나간다. 볼 좋네"라며 감탄했다. 박승민 투수코치는 "야외에서 던지는 것은 약 한 달 만이라고 한다. 투구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구위나 피칭 퀄리티는 무척 좋아 보였다"며 "첫 피칭이었는데 '역시 류현진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강하게 던진 게 아니라 평가하기 이르지만, 몸도 굉장히 잘 만들어 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실전 등판은 언제쯤 가능할까. 류현진은 "우선 불펜 피칭을 한 번 더 할 것 같다. 이어 라이브 BP(배팅/피칭)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갈 듯하다"고 전했다.
한화는 다음 달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시즌 개막 2연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최 감독은 류현진의 컨디션이 다 올라왔다는 전제 하에, 개막전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고려 중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류현진은 "개막까지 시간이 있어 괜찮을 듯하다. (투구 수를) 80개까진 올릴 수 있다. 한국에서 이미 65개까지 던졌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 몸 상태 등을 봤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몸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막전 상대인 LG의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로 "시즌 목표 승수를 2승 낮추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류현진은 "그럼 그 2승 중 1승은 개막전 때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쾌한 선전포고였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해 2012년까지 선발 에이스로 활약한 류현진은 201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빅리그에서 활약했다. 2019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까지 토론토의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진 뒤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장고 끝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한화는 지난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역대 KBO리그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에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자유계약(FA) 이적하며 받은 4+2년 총액 15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류현진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오후 12시 20분경 한화 선수단이 청백전을 준비 중인 고친다 구장에 도착했다. 훈련 전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선 "12년 만에 다시 왔습니다. 선수들과 같이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할 테니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인사를 남겼다.
훈련과 인터뷰를 끝으로 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