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한 러프는 갑작스로운 개막 연기와 시범경기 취소로 상승세가 끊겼다KBO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MLB)의 마지막 도전을 노리던 다린 러프(34·샌프란시스코)와 브룩스 레일리(32·신시내티)의 발걸음이 막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MLB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두 선수의 향후 전망도 먹구름이 끼었다.
MLB 사무국은 13일(한국시간) 당초 3월 2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2020년 정규시즌 개막을 ‘적어도 2주’ 늦추기로 했다. 13일 이후 잡혀 있었던 스프링트레이닝 및 시범경기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적어도 2주라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오히려 ‘2달 연기’에 가깝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미국 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비상선포가 유력한 가운데 MLB 개막이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모두 멈추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선수들은 마이너리거들이다. MLB 보장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어느 정도 소득이 보전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낮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라 생계에 지장이 크다. 벌써부터 ‘투잡’을 기획하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KBO 전 소속팀과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끝내 팀을 떠난 러프와 레일리의 발걸음도 완전히 멈췄다. 이들은 각 소속팀과 스프링트레이닝 초대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승격할 때 일정 금액을 받는 조건이다. 사실 스프링트레이닝 초대 선수가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무대가 필요했는데, 시범경기가 취소되면서 그 기회를 잃었다.
특히 러프가 아쉽다. 시범경기 14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469의 대활약을 펼치며 기적과 같은 개막 로스터 승선을 꿈꾸고 있었다.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듯했다. 레일리도 시범경기 4경기에 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구단의 연락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각 팀들이 사실상 스프링트레이닝 철수 절차를 밞으면서 앞으로의 훈련 일정도 난관에 부딪혔다.
돈을 벌 기회도 잃었다. 이들은 마이너리그에 남을 경우 몇 푼 안 되는 연봉을 받는다. ‘펜라이브닷컴’의 다니엘 갤런이 집계한 2019년 마이너리그 연봉 현황을 보면, 싱글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만 달러(약 7300만 원), 트리플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 정도다. 아무리 경력이 좋은 트리플A 선수라고 해봐야 요즘 20만 달러를 넘는 선수가 몇 없다. 러프와 레일리도 이 정도 수준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야 80~100만 달러 정도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보다 MLB 경력이 좋았던 헥터 노에시가 2019년 마이애미와 계약했을 때 MLB에 승격하면 8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레일리는 지난해 보장 117만 달러를 받았다. 인센티브는 별도였다. 러프는 인센티브 포함 170만 달러의 비교적 고액 연봉자였다. 물론 두 선수는 꿈을 향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지만, 금전적으로는 한국에 비해 적잖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