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대우. 롯데 자이언츠 제공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는 150㎞이라는 숫자가 떴다. 더그아웃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관중 없이 열린 청백전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건 마운드 위의 롯데 김대우(36)였다. 김대우는 청팀의 두번째 투수로 4회말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허일을 2루 땅볼로 유도한 뒤 지성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정보근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전광판에 수시로 150㎞가 찍혔다. 전날 내린 비의 여파로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우의 구속은 쭉쭉 올라갔다.
김대우는 경기 후 “구속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니까 150㎞가 나왔다고 하더라”며 빙그레 웃었다.
김대우는 우여곡절이 정말 많은 선수다. 광주일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김대우는 고교 졸업 후 롯데에 지명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며 고려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에 실패했고 2006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대만리그 진출을 고민하다 결국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단 후 2009년 4월25일 LG전에서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치욕스런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어깨 통증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국 2011년 타자로 전향할 결심을 굳혔다. 한 때는 팀의 4번타자가 될 재목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2017년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김대우가 투수 전향 후 1군 마운드에 오른 경기는 2018년 5경기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육성 선수로 신분이 전환됐다. 최저 연봉을 받으면서 야구 인생을 이어가던 김대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야구를 관둘 결심까지 했다.
김대우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에 야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 성민규 단장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도와주겠다. 한번 해보라’는 말에 속는셈 치고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다시 해보기로 했다. 기회만 받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새로 부임한 허문회 롯데 감독도 김대우에게 힘을 실었다. 김대우는 “감독님이 150㎞ 던질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일정 조절을 잘해주셨다. 힘이 있어야 최고의 컨디션으로 던질 수 있다면서 체력이 안 떨어지게끔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고 했다.
새로운 구종도 장착했다. 김대우는 “직구가 빨라도 계속 맞아나가니까 성 단장님이 커터를 권유를 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지난 겨울 투심 패스트볼도 연습했는데 트랙맨에서도 그런 구종을 많이 연습하라는 결과가 나와서 커터, 투심 패스트볼 위주로 던지고 있다”고 했다.
내려놓을 뻔 했던 글러브를 다시 잡은 김대우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대우는 “나에게 오는 기회를 바라기 보다는 일단 팀이 1승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벤치에 있든 2군에 있든 도움이 될 만한 선수가 되는게 내 목표다. 좋은 성적으로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