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고졸 신인이었던 한동희는 만우절 열린 NC와 홈경기에서 개막 7연패를 끊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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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2018년 4월 1일은 롯데 선수들과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남아있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7시즌 종료 후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한 롯데는 야심차게 새 시즌을 맞이했지만 개막 후 최악의 부진과 맞닥뜨렸다. 무려 개막 7연패 수렁에 빠진 것. 7연패 기간 동안 롯데의 투타 지표는 처참했다. 선발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5.91에 달했고, 불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5.87로 치솟으며 마운드가 붕괴됐다. 마운드가 부진할 때 타선이 도움을 줘야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연패 기간 롯데의 팀 타율은 0.196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득점권 타율도 0.190으로 최하위에 처졌고, 테이블세터(타율 0.236·8위), 중심타선(타율 0.192·10위), 하위타선(타율 0.177·9위)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 이대호의 등 뒤로 날아온 치킨 박스.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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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처참한 경기력에 개막전 갖고 있던 기대가 여지없이 뭉게진 롯데팬들은 단단히 뿔이났다. 그리고 결국 사달이 났다. 3월 31일 롯데는 NC와 홈 경기에서 5-10으로 패하며 7연패에 빠졌다. 롯데 선수들은 경기 후 축 늘어진 어깨로 사직 구장 중앙 출입구를 통해 퇴근했다. 그런데 퇴근하던 이대호의 등 뒤로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치킨이 담긴 박스를 던졌다. 롯데 팬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등에 치킨 박스를 맞은 이대호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 뒤 아무 말 없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에 퍼지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아무리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지만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롯데 구단은 “앞으로 선수단 경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치킨 투척 사건이 큰 자극이 됐을까. 하루 뒤인 만우절에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NC와 경기에서 롯데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현장을 가득 메운 롯데팬들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줬다. 타선 침묵 속에 7회까지 1-2로 NC에 끌려가던 롯데는 8회 반격을 시작했다. 잠자던 거인을 깨운 건 고졸 루키 한동희. 한동희는 8회 2아웃 2루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1타점 동점 3루타를 터뜨렸다. 한동희의 장타에 잠잠하던 사직 구장은 불타올랐고 후속 타자 신본기가 좌익수 방면 1타점 2루타를 때리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마무리 손승락이 올라와 실점없이 경기를 매조지으며 기나긴 7연패 늪에서 탈출하고 시즌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