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스팬디드 게임이 선언된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KBO리그 경기가 1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이어 열렸다. 9회말 2사 2,3루 한화 노태형의 끝내기 적시타로 18연패에서 끊은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대행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6.1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까 끝내기 치고 어머니께 잠깐 전화드렸어요. 울먹 울먹 하시더라구요. 효도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한화 이글스의 18연패를 끝낸 '한밭 영웅' 노태형은 환희의 순간, 부모님과 '캡틴' 이용규를 떠올렸다.
그토록 간절했던 18연패 사슬을 끊는 한 방은 뜻밖에도 7년차 무명 내야수 노태형의 손에서 나왔다. 노태형에겐 학창 시절 포함 처음 맛보는 '손 맛'이었다.
노태형은 2014년 2차 10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했다. 이해 지명된 105명 중 104번째였지만, '팬들이 이름을 기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끈질기게 버텨온 7년이었다. 상무나 경찰청도 언감생심이었다. 군복무는 팀동료 박한결과 동반입대, 현역으로 다녀왔다. 주특기는 '유탄 발사기'다. 그는 "박한결과 군생활 짬짬이 캐치볼도 하고 스윙 연습도 했다. 같이 도민체전에 홍천 대표로 출전해서 우승도 했다"고 회상했다.
제대 후에도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시즌 전까진 최저연봉(2700만원)을 받는 육성 선수였다. 노태형은 "작년이 제대 시즌이었는데 잘 안됐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더니 기회가 왔죠"라고 회상했다. 지난 겨울 '캡틴' 이용규의 손길이 닿으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용규 선배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교육리그부터 같은 방을 쓰면서 타격이 많이 좋아졌어요. 1월에는 오키나와 개인훈련에 같이 갔는데, 제 숙식까지 이용규 선배가 해결해 주셨어요. 덕분에 올시즌 준비가 잘된 것 같습니다."
이는 올봄 청백전 활약으로 나타났다. 노태형은 개막과 함께 '육성' 딱지를 뗐다. 지난 5월 20일 잠깐 콜업돼 3타석을 소화한 뒤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지난 10일 최원호 감독 대행의 부름을 받았다. 노태형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각오를 다졌다.
끝내기 타석 전까지 노태형의 1군 성적은 10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18연패 사슬을 끊어낸 마지막 끝내기의 주인공은 노태형이었다. 노태형은 "끝내기는 야구하면서 처음이다.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됐다. 아직 믿을 수가 없다"며 밝게 웃었다. "올해 26세다. 이제 1군에서 자리잡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도 드러냈다.
"저도 야구선수인데, 항상 팬들의 관심에 갈증이 있었죠. 오늘부터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한화 팬분들께서 제 이름을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