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2019년 6월 15일의 순위표를 살펴보면 한화는 69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률 0.420으로 8위, KIA는 69경기에서 승률 0.412로 9위였다. 두 팀 모두 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당시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이탈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였다. 5월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한 KIA는 아예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2019년을 잘 마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 KIA와 한화의 처지는 1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KIA는 6월 15일 현재 19승17패(.528)로 리그 5위다. 반면 한화는 18연패라는 최악의 늪에 빠지는 등 9승27패(.250)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IA가 맷 윌리엄스 감독의 선임 이후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는 반면,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사퇴하며 선장마저 잃었다. 간신히 연패를 끊었으나 여전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고, 이제는 앞으로가 문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화는 물론, 윌리엄스 감독의 3년 임기를 내다보고 발걸음을 내딛은 KIA도 그것을 조금 더 세련되게 가다듬을 필요는 있다. 두 팀 모두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등 장기적인 시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윌리엄스 감독의 올 시즌 계획, 한화의 현 상태를 보면 사뭇 다른 것이 느껴진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탱킹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할 수도 없는 여건이라 말한다. 이는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윌리엄스 감독은 인천에서 열린 SK와 주말 3연전 중 리빌딩 철학을 묻는 질문에 “메이저리그 팀들은 최소 4개의 마이너리그 팀을 보유하고 있다. 단계를 거치며 팀의 시스템과 육성 방식을 배운다.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어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