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스트레일리(32·롯데 자이언츠)가 완봉에 가까운 역투로 자신이 왜 거인 군단의 ‘에이스’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조쉬 린드블럼(33·밀워키 브루어스)이 ‘린동원’, 브룩스 레일리(32·신시내티 레즈)가 ‘레형광’이었다면 스트레일리는 ‘댄학길’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롯데는 14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2회말 손아섭의 적시타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달아났고, 2-0으로 앞선 8회말에는 상대 실책에 편승해 대거 3득점, 승부를 갈랐다.
선발투수 스트레일리의 8이닝 2안타 1볼넷 5삼진 역투 덕에 깔끔한 승리를 챙겼다. 스트레일리는 시즌 3승(2패)째이자 첫 연승을 달성했다. 세 번의 이닝에서 1사 후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회초 채은성의 볼넷, 4회초 이형종의 안타 이후에 직선타와 병살타로 순식간에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초에는 1사 후 오지환이 2루타로 출루했지만 유강남과 대타 김호은을 범타처리하며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투구수는 103개. 완봉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도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시즌 내내 이어지던 에이스 모드가 또 한 번 나온 셈이다. 이날 포함 올 시즌 13경기에서 3승2패로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ERA)은 2.07로 리그 최상위 수준이다. 평균 6.1이닝 이상씩 소화해주니 스트레일리가 등판하는 날 롯데 벤치가 계산을 세우기에도 수월하다. ‘김준태 티셔츠’를 제작해 화제가 됐듯 본인이 나서지 않는 날엔 벤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골몰하는, 보기 드문 외인이다. 성민규 단장이 스트레일리를 영입하며 “워크 에식(work ethic·직업 윤리)가 뛰어난 선수”라고 설명한 이유를 연일 증명하는 중이다.
롯데 팬들은 거인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를 호령했던 전설적인 투수들의 이름을 외국인 선수에 대입시키는 걸 즐긴다. 린드블럼은 고(故) 최동원에 빗댄 린동원, 레일리는 주형광 전 투수코치에서 따온 레형광으로 불렸다. 이쯤 되면 스트레일리에겐 댄학길이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KBO리그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통산 100완투(1위)의 주인공 윤학길 전 코치를 연상시킬 정도로 마운드에서 고독하게, 하지만 우직하게 싸우고 있다.
스트레일리의 존재감은 하위권에 처진 롯데가 반등을 자신하는 가장 큰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