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민경훈 기자] 한화 송창식 /rumi@osen.co.kr
[OSEN=수원, 이상학 기자] FA 자격을 눈앞에 두고 결국 은퇴한다. 한화 ‘불꽃 투혼’의 상징이었던 투수 송창식(35)이 FA 취득까지 남은 마지막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한화 구단은 그에게 예우를 갖춰 은퇴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송창식은 15일 구단을 통해 17년 현역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은퇴 선언을 했다. 지난 2004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뒤 신인왕 후보로 활약하다 만 23세 어린 나이에 버거씨병으로 1차 은퇴를 하는 시련을 딛고 돌아온 뒤 전천후 ‘마당쇠’ 투수로 활약하다 두 번째 은퇴를 결정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올해 퓨처스 캠프 때 송창식과 같이 있었다. 캠프에서도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스스로 변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신경 썼다”며 “선수는 누구나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생각이 많다. 미련도 남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어렵게 결정한 만큼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2017년까지 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FA 자격 취득에 딱 1시즌만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2018년 12경기, 2019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등록일수도 2018년 36일, 2019년 1일로 FA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도 캠프 때부터 1군에 들지 못했고, 결국 2군 2경기 등판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사진] 한화 송창식 /OSEN DB
선수 개인에겐 엄청난 불운이다. 송창식은 2013년부터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개막 13연패로 시작한 2013년 팀의 마무리투수를 맡은 송창식은 2이닝 이상 투구가 11경기나 있었다. 40구 이상 투구도 7경기에 달했다. 개인 첫 20세이브를 올렸으나 이듬해 구위 저하로 평균자책점이 두 배 올랐다.
2015년 송창식은 전천후 투수로 부활했다. 팀 사정과 선발, 중간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64경기(10선발)에서 109이닝을 던지며 8승7패11홀드. 역대 1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투수 중 가장 많은 54경기를 구원등판했다. 2016년에는 65경기에서 97⅔이닝을 소화했다. 이해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8월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음에도 리그 전체 구원 투수 통틀어 최다 이닝을 던졌다.
결국 2016년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겨우내 충실한 재활을 거쳐 2017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에도 63경기에서 73⅓이닝을 던졌다. 리그 구원 이닝 7위였지만 한화에선 1위였다.
송창식은 한화 ‘암흑기’를 지탱하는 투수였다. 늘 투수가 부족해 송창식 같은 투수가 보직, 상황을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 워낙 자주 나오다 보니 가수 송창식의 노래를 빗대 ‘왜 불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래도 송창식은 “내가 팀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마당쇠라는 표현도 마음에 든다”고 말해왔다.
한화가 암흑기를 깨고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8년, 송창식은 마운드에 없었다. 구위 저하로 1군에 있기 어려웠다. 지난해 1군 1경기에 그쳤고, 올해는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2군 2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송창식은 은퇴 결정 후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많은 기회에 부응하지 못해 팀에도 죄송하다. 무엇보다 팬 여러분께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떠나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1군 13시즌 통산 431경기 707⅓이닝 43승41패22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5.31 탈삼진 548개.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팀을 위해 아낌없이 투혼을 발휘한 영광의 흔적이다. 반대로 선수 개인에겐 FA 계약 한 번 못한 불운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에 한화 구단도 송창식의 오랜 기간 팀 기여도와 헌신을 인정, 의미 있는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한화 구단이 은퇴식을 마련한 선수는 1997년 이강돈, 2001년 이상군, 2003년 강석천, 2005년 한용덕, 장종훈, 2009년 정민철, 송진우, 2010년 김민재, 구대성, 이영우, 2013년 신경현에 이어 송창식이 역대 12번째. 기록은 앞선 선수들보다 떨어질지 모른다. 그래도 팬들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을 투혼과 울림을 안긴 송창식에겐 은퇴식 자격이 충분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