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템포로 투구하는 김광현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광속 인터벌’이 인상적이다.
김광현은 28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타자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빠른 탬포로 공을 뿌렸다. 포수에게서 공을 받는 즉시 투구했다. 포수가 보내는 사인대로 공을 던져 타자들이 이른바 ‘게싱 타격’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투수들은 보통 투구 전에 포수가 사인을 보내면 취사 선택을 한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사인일 때는 고개를 끄떡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개를 저으며 다른 사인을 요청한다.
이럴 경우, 타자들은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경기 시간도 길어진다.
그러나 김광현은 포수의 사인을 받자마자 투구한다. 포수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표시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로 치면, 신인이나 다름없다. 타자들의 장단점을 간파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타자들을 잘 아는 포수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포수의 사인대로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28일 경기 후 김광현은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투수는 항상 야수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나도 야수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한다”며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해서 수비 시간을 줄이고, 야수가 실책했을 때 그 선수가 자책하지 않게 하고자 그 이닝을 꼭 무실점으로 만드는 게 야수에게 도움을 주는 법이다”라고 했다.
투구 템포를 빨리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는 의미였다. 수비 시간을 줄여주기 위함이었다. 수비수들은 경기가 길어지면, 그라운드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 당연히 피로도도 높아진다. 이는 다음 이닝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광현은 자신을 도와주는 수비수들을 위해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한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투구 템포를 빨리 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볼넷을 남발하고, 안타를 계속 맞으면 수비수들은 더 오래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광현에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빠른 템포를 하면서도 호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이런 김광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광현은 또 이날 경기 중 실책을 범한 동료를 탓하는 대신, 자신이 점수를 내준 사실을 탓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앞으로 실책이 나온 뒤 실점하지 않는 투수가 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