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완승 분위기로 흘러가던 경기에 변곡점이 생겼다. 롯데는 25일 수원 kt전에서 1-10으로 뒤지던 7회 3점을 뽑으며 추격에 나섰다. 2사 만루까지 상대를 몰아붙였다. 안타 하나면 2점 추가에 남은 이닝이 있었다. 승부를 걸어볼 만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에 대타로 나선 선수는 안치홍(30)이었다. 그의 방망이에 큰 기대가 몰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회심의 초구 타격은 실패했다. 노림수를 가지고 스윙을 했지만 공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3루수에게 잡혔다. 롯데의 추격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었다. 안치홍도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 타석은, 안치홍의 2020년을 함축하고 있을지 모른다. 큰 기대와 함께 합류했고, 나름 120경기에 뛰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요소요소 따져보면 숫자에 아쉬움이 컸다. 안치홍은 25일까지 120경기에서 타율 0.286, 7홈런, 53타점, 14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출루율 및 장타율은 최근 3년만 못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57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확실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안치홍의 롯데 생활 첫 해가 끝나가고 있다. 2021년은 개인적인 자존심은 물론 계약적으로도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2+2년 계약을 맺은 안치홍은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FA가 될 수도, 혹은 팀에 남을 수도 있다. FA 시즌이 빨리 돌아온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안치홍은 2+2년이라는 KBO리그에서는 보기 드문 계약을 체결했다. 안치홍은 일단 2년간 최대 26억 원(계약금 14억2000만 원·연봉 총액 5억8000만 원·옵션 6억 원)을 받는다. 2021년 시즌이 끝나면 옵션이 있다. 롯데가 옵션을 실행하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최대 31억 원을 더 받는다. 바이아웃을 빼고 이 계약은 4년 총액 56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롯데가 옵션을 실행한다고 해도 안치홍이 시장이 나가길 원한다면 그럴 수 있다. 결국 안치홍은 팀에 남든, 혹은 자신의 가치를 한 번 더 실험하든 2021년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다만 올 시즌의 성적 정도라면 롯데가 계약 연장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는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안치홍의 기본적인 기량을 신뢰하고 있다. 시즌 중반 부진할 때도 “기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라고 감쌌다. 구단 관계자들도 운동을 게을리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FA 계약에 대한 부담감이었을 수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시즌에 대한 답답함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새로운 시즌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