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서재원 기자= 정조국(36)의 축구 인생을 바꾼 건 아들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정조국은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8년간 프로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정조국은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제주유나이티드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는데, 이것 또한 감사한 마음이다. '제가 선수 생활을 감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 선수 정조국은 떠나지만 제 2의 인생으로 축구인이자 지도자 정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조국은 K리그 레전드다. 2003년 안양LG(현 서울)에서 데뷔 후 첫 해 32경기 출장 1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1~2012년을 제외한 17년 동안 K리그에서만 17시즌을 활약하며 392경기 출장 121골 29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신인상, MVP, 득점왕을 모두 석권한 역대 세 번째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정조국은 "3~5개월 전부터 고민을 했다.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 자신을 많이 괴롭히고 있었다. 스스로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된 고뇌 끝에 결정하게 됐다. 지금도 고민이 되긴 하지만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다음 스텝을 가기 위해 더 늦어지기 보다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은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정조국에게 모든 날이 화려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도 있었다. 축구 선수로서 인생이 전환점이 된 때가 2016년이었다. 친정팀 서울을 떠나 광주FC에서 새로운 나선 시기였다. 그는 "해피엔딩이 됐긴 했지만, 지금 다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들었던 시기다. 저에게 서울은 첫사랑이었고 애사심도 강했다. 하지만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저의 아들의 한마디에 도전을 해야했다"고 떠올렸다.
아들의 한마디가 무엇이었을까. 정조국은 "'아빠는 왜 안 뛰어?'라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누구도 제게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와이프 또한 하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아들 입장에서 아빠가 축구 선수인데, 뛰지 않는 게 이상했던 것 같다. 당시 할 말이 없어서 뒤로 돌아서서 창피해했다.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 말을 듣고 많은 결심이 섰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