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2020시즌 수훈 선수로 최원준을 꼽았다.
"모든 선수가 각자 역할을 잘해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한 명을 이야기하자면 최원준"이라고 콕 집었다.
최원준의 활약은 시즌 초반 두산이 무너지지 않은 원동력과도 같았다.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리면서 감독의 초기 구상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용찬은 시즌초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이후 수술대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고, 시즌 아웃이 결정됐다.
여기에 이영하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2018년 10승, 2019년 17승을 거두며 두산의 젊은 선발 투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지만 2020시즌 초반부터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경기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승운도 따르지 않으면서 꼬이고 또 꼬였다.
국내 선발들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원투펀치로는 한계가 있었다. 박종기를 대체 선발 1순위로 택했던 김태형 감독은 다음 순위로 최원준을 선택했다. 그동안 두산에서 롱릴리프로 활약해준 최원준.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불펜 가용 인원이 적을 때, 긴 이닝을 소화하는 마당쇠 역할을 최원준이 맡았다. 팀 상황상 선발을 꿰찰 여지가 없었지만,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리고 최원준은 그 기회를 잡았다. 대체 선발로 출발한 최원준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8월에는 한달간 5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3.24라는 성적을 기록했고, 9월에도 좋은 페이스는 이어졌다. '선발 체질'임을 강조한 최원준은 10승2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데뷔 첫 승을 거뒀던 그의 데뷔 첫 10승이었다.
두산은 최원준의 활약상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5900만원이던 그의 연봉은 데뷔 첫 억대 연봉 대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팀내 고과 평가가 매우 높았고, 연봉이 2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
물론 오른 연봉 만큼이나 그에게 올 시즌은 더욱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 지난해 보여준 게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확인해야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아직 올 시즌 최원준이 어떤 보직으로 개막을 맞이할지 확정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활용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의 성과가 김태형 감독에게도 국내 선발진 경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