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아니라 '투수 겸 타자'라고!"
오타니 쇼헤이가 잦은 부상에도 그를 애지중지해온 소속팀 LA 에인절스와의 연봉조정에 돌입한 이유는 뭘까.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18일(한국시각) '오타니는 '투수'로서의 가치를 함께 인정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2021년 연봉에 대한 오타니와 소속팀의 의견 차이는 80만 달러. 오타니는 330만 달러(약 37억원), 에인절스는 250만 달러(약 28억원)로 팽팽히 맞선 끝에 오는 2월 열리는 연봉조정위원회에서 결판을 내기로 했다.
오타니는 '투타겸업(이도류)'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선수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규정타석의 50%, 규정이닝의 50%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진정한 의미의 투타겸업 선수는 15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MLB) 역사에도 흔치 않은 베이브 루스 1명, 그것도 1918~1919년 2년 뿐이다. 이후 루스는 외야수로 전향한다.
일본 시절의 오타니는 분명히 투타겸업 선수였지만, 에인절스에서 뛴 3년간 오타니가 '투수'였던 건 데뷔 첫해인 2018년 한해 뿐이다. 그나마도 10경기 4승2패, 51⅔이닝만에 팔꿈치 내측인대 재건 수술(토미존 서저리)를 받아 '투수로는' 시즌아웃됐다. 이후 타자로만 뛰면서 타율 2할8푼5리 22홈런 6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5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술 여파로 2019년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에도 오른팔 전완근 부상을 입어 투수로는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오타니는 두 시즌 모두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현실적으로 미국 무대에서 오타니가 보여준 재능은 '타자' 뿐이라는 게 에인절스의 시선이다. 매체에 따르면 오타니와 비슷한 성적을 거둔 연봉조정 첫 시즌 지명타자의 평균 연봉은 210만~290만 달러다. 에인절스가 제시한 250만 달러는 그 중간이다.
오타니 측의 계산법도 비슷하다. 다만 오타니 측은 '타자' 오타니의 가치에 '투수'로의 가치를 더해 330만 달러라는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 신인상 수상에 4승2패를 기록한 투수 성적이 포함되지 않았을리 없고, 오타니의 미래 가치(연봉)에도 당연히 투수로서의 기대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타니는 이번이 첫 연봉 조정 시즌이었다. FA로 풀리기 전까지 2021년과 2022년에도 연봉 조정 권리를 갖고 있다. 지금의 80만 달러 차이는 차후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준다. 오타니 측이 '투수로서의 가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올시즌 선발진에 대해 "오타니를 포함한 6선발 체제"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오타니가 선발투수로 정상적인 풀시즌을 치를수 있는지 여부, 6명 중 위치한 순서에 따라 투수로서 오타니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연봉조정 초점은 '투수 오타니'의 가치 평가에 달린 셈. 문제는 팔꿈치 수술 이후 투수로서 오타니의 가치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수술 전 오타니는 최고 102.5마일(165㎞), 평균 97마일(약 157㎞)의 직구를 던지는 '괴물 영건'이었다. 하지만 수술과 무릎 부상이 더해지면서 오타니의 구속은 93마일(약 150㎞) 미만으로 추락한 상황.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평을 듣던 투구폼 역시 구속이 떨어지면서 디셉션(공을 감추는 동작)이 거의 없다는 단점으로 바뀐 상태다.
오타니는 어느덧 프로 데뷔 9년차(일본 포함), 27세로 마냥 젊지 않은 선수가 됐다.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타니 스스로가 보여주는 방법 뿐이다.
올겨울 연봉조정에 나선 선수는 총 13명. 오타니 외에도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워커 뷸러(LA 다저스) 등이 연봉조정을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