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승보다 패가 더 많고 순위도 9위로 처져있는데 느낌이 다르다. 본격적인 리빌딩에 들어간 시즌. 그래서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이 당연한데 한화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8승 11패(승률 .421)로 순위는 9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공동 1위 LG 그리고 SSG와 불과 3경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 주 3승 3패로 선방했다. 특히 올 시즌 가장 많은 19득점을 올린 24일 대전 LG전은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한 장면이 여럿 있었다. 홈런 2방을 터뜨린 노시환도 인상적이었지만 이전 경기까지 시즌 타율이 .150에 머물렀던 김민하가 선발 기회를 얻어 5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것도 눈에 띄었다.
김민하의 시즌 타율은 .280까지 상승했고 출루율도 .455로 발군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주창하는 '출루율 야구'가 적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김민하는 "스프링캠프부터 감독님께서 타율보다는 출루율을 중요시했다. 볼넷 나가는 재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볼넷으로 나가는 맛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한화는 아직 외야 주전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김민하를 비롯해 유장혁, 임종찬, 장운호, 정진호 등이 번갈아 외야로 나섰고 26일 주장 노수광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해 외야진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하도 주전 경쟁에 욕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김민하가 한 말은 다소 의외였다. "우리 팀이 리빌딩을 하는 단계에 있다. 당연히 어린 선수들이 주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어린 선수들이 잘 되지 않을 때 뒤에서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2011년 롯데에서 육성선수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민하는 2018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올해로 프로 11년차. 리빌딩의 '조연'을 자처한 그는 "조연배우도 배우다.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주연이 되면 좋지만 조연도 좋다.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민하가 바라보는 덕아웃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덕아웃에서 보기에도 어린 선수들이 뛰어 노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능력치가 발휘되는 것 같다"
타석에서의 조급함이 사라진 것 또한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민하는 "스타팅으로 나가는 선수는 웬만하면 끝까지 뛴다. '이번 타석을 놓치면 빠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조급합이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그가 4안타 맹타를 휘두른 비결도 이 부분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기를 계속 하다보니 '우리도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성장할 것이다"는 김민하는 "우리 선수들이 성장을 많이 해서 가을야구를 하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이 좋아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나도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한화가 지금까지 리빌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