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스판상은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좌완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MLB 통산 365승을 거둔 위대한 좌완 워렌 스판을 기려 만들었다. MLB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은 아니지만, 1999년부터 꾸준히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며 이제는 어느 정도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랜디 존슨, 클레이튼 커쇼, CC 사바시아, 요한 산타나 등 MLB 무대를 주름잡은 좌완들이 이 상의 수상자 목록에 포진해 있다. 그런데 2019년 수상자를 놓고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었다. 2019년 MLB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류현진(34·토론토)이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 워싱턴 좌완 패트릭 코빈(32)이 개인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워렌 스판상의 수상 기준은 이른바 클래식 스탯이다. 승리, 평균자책점, 탈삼진이 주요 기준이 된다. 류현진은 2019년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탈삼진은 163개였다. 코빈은 승리(14승)는 류현진과 같았고, 평균자책점은 3.25로 류현진보다 꽤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202이닝에서 23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게 가산점을 받았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에서 한참 앞서고도 고배를 마셨다.
코빈도 수상 자격은 있었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좌완 중 하나다. 2012년 애리조나에서 데뷔한 코빈은 2013년 14승, 2017년 14승, 2018년 11승을 거뒀다. 2019년 워싱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고, 첫 해 맹활약하며 류현진을 제쳤다. 앞으로 미래가 창창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내리막이 좀처럼 반등할 줄 모른다. 코빈은 지난해 11경기에서 65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7패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은 4.66. 이는 2016년(5.15)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여기에 85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였다. 2019년 0.227이었던 피안타율은 2019년 0.308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있었다.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올해도 첫 9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13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코빈은 신인 시절에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피안타율은 0.304로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피안타가 많은 선수 중 하나다.
코빈의 지난해 부진 원인은 역시 구속 저하와 떨어진 슬라이더의 위력이었다. 코빈의 2019년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8마일이었지만 지난해는 90.2마일로 떨어졌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인데 구속이 폭락해버린 것이다.
올해는 구속이 다소 회복됐으나 주무기인 슬라이더 제구가 불안하다. 2019년 코빈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58이었으나 올해는 0.230까지 올랐다. 반대로 헛스윙 비율은 2019년 51.4%에서 올해 37.2%까지 떨어졌다. 주무기가 묶인 코빈은 매 경기 아슬아슬한 경기를 하고 있다. 슬라이더에 속지 않다보니 자연히 볼넷이 많아지고, 탈삼진은 줄어들고, 인플레이타구는 늘어나고 있다. 2년 전 류현진을 제친 코빈은 반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