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 카메라가 여러 선수들의 표정들을 잡아냈다. 그 중 가장 건조해보였던 건 세르히오 아궤로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전설인 아궤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블루문과 이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유럽 정상에 도달할 이번 기회를 꼭 붙잡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날 아궤로는 끝내 웃지 못했다.
30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4시, 포르투갈 포르투에 위치한 이스타디우 드 드라강에서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UCL) 파이널 맨체스터 시티-첼시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상대적으로 언더독이라고 여겨졌던 첼시의 승리였다. 첼시는 전반 42분 터진 카이 하베르츠의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정상에 도달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0-1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마지막 카드로 아궤로를 택했다. 가브리엘 제수스·페르난지뉴를 차례로 투입했음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자, 스피릿이 가장 뛰어난 아궤로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궤로도 당장 어떻게 경기를 뒤바꿀 순 없었다. 첼시가 워낙 단단하게 조직을 갖춘 상태였고, 아궤로는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한 채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아궤로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멍한 듯했다. 공허해보였다. 펑펑 우는 건 아니었지만, 북받친 감정에서 올라오는 눈물까지는 통제할 수 없어보였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끔씩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했다. 많은 동료들이 아궤로를 위로하려 했다. 필 포든은 양팔로 아궤로를 감싸하며 고통을 나누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궤로의 마음은 누구도 달랠 수 없었다. 2011년부터 맨체스터 시티에 머무르며 지금 이 경기를 그토록 기다려왔고, 10시즌 만에 마침내 귀한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결말은 따뜻하지 못했다. 아궤로는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