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율은 한 달간 리그를 폭격한 타자를 알아보기 위한 지표 중 가장 직관적이다.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5월을 맹폭한 쌍두마차는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다. 40년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건을 만들어낸 청년들.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와 강백호(22·KT 위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KBO리그 40년 최초 기록의 완성뜨거웠던 5월이 끝난 가운데 월간 타율 1위는 이정후, 2위는 강백호다. 이정후는 5월 22경기에서 타율 0.451, 1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20을 몰아쳤다. 강백호도 22경기에서 타율 0.418, 4홈런, 23타점, OPS 1.172로 폭발했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만 22세 이하 타자 2명이 월간 타율 4할을 동시에 넘긴 것은 역대 최초(80타석 이상 기준)다. 이정후는 22세 9개월 11일, 강백호는 21세 10개월 2일에 이 역사를 썼다.
강백호의 방망이에 슬럼프는 없다. 5월까지 타율 0.412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을 넘기고 있다. OPS도 1.081로 양의지(NC 다이노스·1.108)에 이어 2위다. 4월 23일부터는 타율이 0.390 밑으로 떨어진 적도 없다. 5월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7연속경기 출루행진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이후에도 슬럼프 없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강백호가 꾸준함으로 무장했다면 이정후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였다. 이정후는 4월 24경기를 타율 0.269로 마감했다. 그를 향한 기대치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특히 주자 있을 때 타율 0.200, 득점권에서 0.241로 고전했다. 개막전부터 붙박이 3번타자로 낙점 받았으나 득점권에서 유독 고전하며 다시 2번타순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5월에는 찬스에서도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주자 있을 때 0.455, 득점권 0.409를 기록했다. 때려낸 37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가 장타였다.
라이벌보다는 동료, 이들이 쓸 새 역사베이징 키즈’의 선두주자인 이들은 입버릇처럼 “도쿄 키즈를 만들고 싶다”고 밝혀왔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으니 2020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승선은 확실시된다. 불투명의 연속인 올림픽이지만, 어떻게든 2008베이징올림픽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이런 의지를 뒷받침할 기량도 정점에 올라왔다는 평가다.
라이벌보다는 동료의 느낌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두터운 친분을 과시한다. 강백호도 ‘후’라는 애칭으로 이정후를 표현하며, 이정후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라고 감탄한다. 건전한 경쟁구도는 강백호가 입단한 2018년부터 이미 형성됐다.
이정후가 출루하고 강백호가 적시타로 그를 불러들인다? 최소 10년 이상은 대표팀에서 연출될 그림이다. 팬들은 도쿄에서부터 이 장면과 익숙해질 채비가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