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노릇을 하던 라이언 카펜터(31.한화)가 사라졌다.
지난 달 27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휴식을 주기 위해서"가 이유였다. 그의 기록이 휴식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4월 평균 자책점이 1.59였던 카펜터는 5월 들어 3.52로 높아졌고 6월에는 7.01로 평균 자책점이 치솟았다.
카펜터는 경기에 따라 공의 회전수가 달라지는 미스터리한 투구를 했다. 사진=MK스포츠 DB카펜터의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카펜터는 낯선 투구폼이 장점인 투수다. 오른 다리가 크게 크로스 된 뒤 돌아 나오기 때문에 공이 나오기 전까지 타자가 찾아내기 쉽지 않은 폼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적응이 되면 치기 쉬운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었다. 기본적인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라 할 수 있었다.
있'었'다로 과거형을 쓴 이유는 카펜터의 구위가 오락 가락 햇었기 때문이다. 좋았을 때는 치기 어려운 공을 던졌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위력이 반감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의 회전수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펜터의 등판 경기 중 4월 6일 SSG전과 4월29일 KIA전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카펜터는 SSG전서 대단히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졌다.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가 2428rpm이나 됐다. 슬라이더는 무려 2940rpm이 찍혔다. 대단히 큰 회전력이 먹힌 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커브도 2799rpm으로 평균 이상을 기록했고 체인지업은 1873rpm(체인지업은 낮은 회전력 일 수록 위력적임)로 이상적이었다.
특히 패스트볼은 국내 선수들의 평균 회전수가 2250rpm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200rpm 이상 회전력이 더 많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낯선 투구 폼 때문에 보기 힘든 공이 홈 플레이트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궤적까지 그리니 타자들에는 짐이 될 수 밖에 없는 공이었다.
그런데 4월29일 데이터에선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회전수가 갑자기 크게 떨어진 것이다.
KIA전서 카펜터는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 2344rpm을 기록 했다. SSG전 보다 거의 100rpm가까지 회전력이 떨어진 것이다.
전체 구종이 다 그랬다.
슬라이더는 2805rpm으로 역시 100rpm가량 떨어졌고 커브도 2698rpm으로 회전력이 줄었다.
반면 체인지업은 1905rpm으로 회전이 늘었다. 위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체인지업은 회전이 적을수록 좋은 움직임을 보인다.
불과 20여일 만에 회전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날도 경기 결과는 좋았다. 카펜터는 KIA전서 6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대세엔 지장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갑자기 회전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앞서 썼던 '애플베이스볼'에서 주장한 바 있다. 앞으로도 회전력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면 카펜터의 위력도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이 변화가 있는 것은 측정 구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도 회전수의 증감폭은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1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경기 별로 회전수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갑자기 그렇게 큰 편차를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다른 외부 변수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어떤 쪽이건 회전수가 갑자기 줄어들었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카펜터의 회전수에 차이가 있다는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좀 더 유의해서 체크해야 할 것 같다. 카펜터의 회전수가 경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는 건 연구를 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회전수가 줄어드는 건 체력적인 면과 외부 변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어느 쪽이건 한화 입장에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카펜터의 부진과 줄어든 회전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카펜터의 회전수는 왜 갑자기 줄어든 것이었을까. 아직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