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감독 출신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이 방송 중 이형종(32)의 부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양 위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올 시즌 이형종이 부진한 것은 시즌 초반 4번 타자로 기용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형종은 책임감이 강하고 대단히 센서티브한 선수다. 4번 타자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밸런스를 무너트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LG 감독으로서 이형종을 직접 지도해 봤기에 한 말이었다. 딱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형종의 부진이 4번 타자 기용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사진=MK스포츠 DB실제 이형종의 4번 타자 투입은 실패로 끝났다.
이형종은 4번 타자로 기용됐을 때 42타석에서 37타수 5안타 타율 0.13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볼넷 4개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타율이 너무 낮았다.
4번 타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장타율도 0.270에 불과했다. 타율이었어도 낮았을 장타율을 찍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흐트러진 밸런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양 위원의 분석이었다
이형종이 생각이 많아져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령탑인 류지현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류 감독은 이형종을 2군으로 보내며 "이형종이 생각이 너무 많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데 늘 뭔가 고민을 갖고 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한 것 같아 정리할 시간을 주려 한다. 생각을 많이 비우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이형종은 초구 부터 자신감 있게 스윙을 하며 적극성을 띄었을 때 두려운 존재다. 올 시즌에도 아마 초구 타율이 대단히 좋을 것이디. 하지만 올 시즌 초구를 치는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타석에서 많이 소극적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볼 카운트가 몰리게 되고 어려운 카운트에서 공략하려고 하니 결과가 안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형종이 상대 팀에 부담을 줄 수 있엇던 강한 공격적 성향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형종은 올 시즌에도 초구 타율이 0.571이나 된다. 초구 타율이 대부분 높지만 이형종의 초구 타율은 특히 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초구를 공략하는 비율은 줄었다. 올 시즌15타석만 초구에 스윙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타자에게 불리한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비율이다.
이형종은 0-2에서 14번 1-2에서 30번 2-2에서 24번 3-2에서 32번의 타격을 했다.
총 176타석 중 무려 100타석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공략을 한 셈이다. 공격적 성향이 강한 선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형종이 "생각이 많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형종의 별명은 '광토마'다. 공격적 성향이 도드라진 그의 타격 모습에서 나온 별명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형종은 스스로 수세에 몰리는 경우가 잦다.
볼 카운트게 불리한 상황에서 타격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자연스럽게 성공률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상문 위원의 분석이 무조건 맞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라는 점이다. 이형종이 상대에게 정말 두려웠을 때는 두려움 없이 공격적으로 붙어 들어왔을 때다.
소극적인 이형종은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하는 타격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이형종은 이번 2군행에서 머리를 비우고 돌아올 수 있을까. 이형종의 공격적 성향이 살아나는 날, LG 타선에도 다시 힘이 붙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