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거기서도 잘 할 거라 믿어."한 팀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갑자기 떠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슬픈 감정이 먼저 다가올 것이다. GS칼텍스 권민지도 그랬다. 친하게 지내오던 언니 박혜민이 KGC인삼공사로 떠나는 날 펑펑 울었다. 박혜민은 최은지와 1대1 트레이드로 정든 GS칼텍스를 떠나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박혜민과 권민지는 1년 선후배 사이다. 박혜민과 권민지는 고교 시절 팀은 달랐지만(박혜민 선명여고, 권민지 대구여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오며 친분을 쌓아왔다. 박혜민은 고교 시절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2017년 전국체전 4강전 패배를 뽑았는데, 당시 선명여고에 패배를 안긴 팀이 권민지가 뛰던 대구여고였다. 인연이 깊다.권민지가 펑펑 울었다는 소식은 박혜민을 통해 먼저 접할 수 있었다. 6월 중순 <더스파이크>와 만났던 박혜민은 "트레이드 이적 소식을 듣고 나서 방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런데 후배들, 동기들, 언니들이 다 와서 울더라. 특히 권민지가 엄청 울었다. 떠날 때 다 같이 쓴 편지를 주는데 감동받았다. 놀란 것도 있고 그저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박혜민도 떠나는 날 울었다.최근 경기도 청평에 위치한 GS칼텍스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권민지에게 '박혜민이 떠나는 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하자 권민지는 "어떻게 알았냐"라고 웃은 뒤 "그때 전혀 눈치를 못 챘다. 혜민 언니와 내 방이 가깝다. 지나가는데 방문은 열려 있고, 짐은 복도에 다 나와있더라. 당황스러웠다. 오전에 같이 훈련을 했는데 오후에 갑작스럽게 짐을 싸니 놀랐다. 가기 전날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권민지가 박혜민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언니, 잘 지내'라는 말 한 마디뿐이었다. 연령별 대표팀뿐만 아니라 GS칼텍스에서도 쌓아온 추억이 많았기에 헤어지는 게 더욱 아쉬웠다."어릴 때부터 대표팀에서 만나 친하기 지냈다. 추억이 많았다. 여기 와서도 함께하니 행복했다. 힘든 걸 같이 이겨내고 겪었기에 더욱 언니와 헤어짐이 무언가 와닿게 느껴졌다. KGC인삼공사로 넘어간다 했을 때, '거기서는 잘 지내'라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 권민지의 말이다.권민지와 박혜민은 한국배구연맹(KOVO)의 SNS 채널 '코보티비' 콘텐츠 촬영 때 재회했다. 당시 헤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던 시기였지만 다시 만나니 반가운 건 당연했다.권민지는 "만났는데 너무 반갑더라. 여전히 우리 팀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정)호영이가 오더니 '이제 우리 언니다'라고 하더라. 그립긴 하지만 언니가 KGC인삼공사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었다.이제 두 선수는 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이제는 어린 티를 벗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두 선수는 기회를 얻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권민지는 윙스파이커, 아포짓, 미들블로커 훈련을 병행하고 있으며 박혜민 역시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이영택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고자 온 힘을 다하는 중이다.권민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서로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언니도 잘 할 거라 믿는다"라며 끝으로 "다가오는 시즌에도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활약하고 싶다. 또한 과감함을 내 장점으로 만들겠다. 주눅 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성장해가고 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이제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적이 되어 맞대결을 펼칠 권민지와 박혜민. 과연 시즌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가져갈 선수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