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까지, 김하성(26·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 성적은 성공과 실패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 샌디에이고 내야의 든든한 멀티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건 이견이 없는 사실이다. 다만 타격 성적에서는 리그 평균을 많이 밑돈다.
김하성은 올해 2루수로 12경기, 유격수로 25경기, 3루수로 17경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팀의 71경기에 출전해 제법 많은 출전 시간을 얻고 있다. 수비는 어느 포지션에서든 안정감과 역동성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기동력은 이미 리그 평균 이상의 선수로 공인되고 있다.
그러나 71경기에서 타율은 0.209, OPS(출루율+장타율)는 0.622다.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점차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95마일(153㎞) 이상 타율은 아직 0.2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같은 범주에서 팀의 내야 주전 선수들인 매니 마차도는 0.368,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0.346,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0.286이다.
이 문제는 계속해서 타석에 들어서며 경험이 쌓이고, 또 적응하며 해결해야 한다. 가면 갈수록 95마일 이상 빠른 공 타율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김하성의 출전 시간은 다소 들쭉날쭉한 편이다. 내야에 확고한 주전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하성을 잠시 트리플A로 내려 많은 타석을 소화하게 한 뒤, 팀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후반기에 히든카드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팬도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베테랑 담당기자 데니스 린이 마련한 질의응답 코너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리플A로 보내 지속적으로 타석을 마련해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트리플A에서 좋은 타격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브라이언 오그래디를 당분간 쓰고, 4년 계약을 맺은 김하성에게 큰 그림을 그려주자는 의미다.
그러나 린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린은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승낙 없이 그를 트리플A로 내려 보낼 수 있게 계약이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그런 일이 당분간 있을지는 의문이다”면서 김하성이 계속 메이저리그 무대에 남아 있을 것이라 점쳤다. 린은 “비록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김하성은 빅리그 투수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졌으며, 다재다능함으로 내야에 기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린은 많은 이들이 김하성이 리그 평균의 공격 생산력에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스카우트들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 적응하나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뛰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린은 “김하성의 계약서에는 어디에서 뛰든 같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금전적으로도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마이너리그에 가면 많은 출전 기회로 자신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는 또 간극이 존재한다. 트리플A에서 잘 치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어차피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고 마이너리그에 내려간다고 해서 이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내야에서 쓰임새가 많은 상황에서 김하성을 마이너리그로 보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